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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잉어 치료 30여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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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비단잉어도 병에 걸리면 사람과 똑같이 고통스러워합니다. 먹이를 줘도 못본체하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멍하니 있거나 괴로운둣 몸을 바닥에 비비기도 합니다.』
비단잉어의 왕자같은 기품에 반해 비단잉어 사육과 치료를 위해 평생 외길을 걸어온 김방원씨(55·서울회현동 김방원수족관).
그는 아픈 비단잉어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달려가 치료한다.
그의 자동차 안에는 비단잉어를 수술할 수 있는 약·기구가 실려있다. 비단잉어는 평균수명이 70∼1백년이나 되고 길이가 1m나 되는 것도 있다.
따라서 힘도 대단해 퍼드덕거리는 잉어에 잘못 맞으면 어린애는 기절할 정도다.
이런 비단잉어가 일단 병에 걸리면 마취시키고 수술해야만 한다.
간단한 피부병 정도는 상처 부위를 긁어내고 약을 바르면 되지만 심한 경우 배를 가르는 대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많다.
특히 비단잉어도 나쁜 먹이를 먹거나 오염된 수질에서 자라다보면 암에 걸리게 된다. 이럴 경우 김씨는 X레이 촬영을 통해 암부위를 확인, 배를 가른 다음 종양을 제거하고 봉합수술을 한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그 이상 걸리면 생명이 위험하다.
따라서 숙련된 고도의 기술을 요하게 된다. 이렇게 비단잉어를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비단잉어는 치어의 경우 몇십원밖에 되지 않지만 몇년이 지나 성어가 되면 가격은 전차만별인데 비싼 것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비단잉어의 사육에도 특출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의 비단잉어 사육기술은 국내에서보다 양어기술이 가장 발달했다는 일본에 더 알려졌다.
그가 기른 비단잉어는 전일본 애린회가 개최하는 비단잉어 품평회에서 세차례나 우승을 차지, 일본 NHK에 출연하기도 했다.
비단잉어 품평회는 보통 1년에 한번 열리는데 체형과 무늬배열, 그리고 색상을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게 된다.
품평회에 츨전할 선수(?)로 뽑히면 우선 한달 전까지 체중을 최대한 늘린다. 그런 다음 야채위주의 미용식으로 체형을 가다듬고 새우·가재를 끓여 먹임으로써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연못의 축조기술과 잉어의 사육기술이 백제로부터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일본사람들도 인정합니다.』
그는 우리 조상들의 선진 양어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집엔 요즘도 그의 비단잉어를 보러오는 일본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그가 발명한 잉어 사료는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1㎏ 급양때 1㎏ 성장이 최고수준인 사료의 질을 1·2㎏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둣 비단잉어를 좋아하게 된 것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냇가에서 검정 고무신으로 송사리를 잡아 장독 뚜껑을 뒤집어놓고 그속에서 기르기를 즐겼는데 물고기의 유영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후 고교 시절을 거쳐 대학을 마칠 때까지 하숙생활을 했는데 하숙방에서도 비단잉어를 길렀다. 법학도였던 그는 친구들이 밤새워 공부할 때 오히려 밤을 꼬박 지새우며 비단잉어가 알 낳고 새끼 치는 신비한 세계에 넋을 잃었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있는 생물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한낱 취미로 그쳤을 겁니다.』그는 비단잉어를 기른다는 것이 결코 호사가의 취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몇백원짜리 치어를 사다 애정을 갖고 기르려하지 않고 남들이 애써 기른 다 자란 값비싼 잉어를 기르려고만 한다.
그렇게 기르면 결국 한해 겨울도 못넘기고 죽이는 소모품이 되고만다.
그는 비단잉어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비단잉어를 기를수 있도록 이미 10년전『비단잉어와 연못』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비단잉어의 움직이는 속도가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속도라고 한다.
도시인들의 황폐한 마음을 순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는 분재나 애완동물을 기르둣 잉어를 기르는게 좋다.
잉어는 또 다른 일반붕어가 3정도의 지능지수를 갖고 있는 것에 비해 15정도의 지능을 갖고있는 비교적 똑똑한(?)물고기다.
특히 청각이 발달해 오래 기르다보면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들을 정도며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비단잉어는 예부터 그 기품과 더불어 장수하는 물고기로 알려졌다.
비단잉어의 나이는 전자현미경으로 비늘의 나이테를 보아 추정하는데 현재 일본의 화자라는 이름의 비단잉어는 1백35세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씨가 현재 기르고 있는 것 중엔 환갑(?)을 넘긴 것이 최고령이라고 한다.
『혼자 잉어를 기르지 말고 가족 모두 참여하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됩니다. 또 각자 자기의 잉어를 지정해 사랑하고 마음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동물의 신비한 세계를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터 정서 순화에 아주 좋습니다.』
그는 비단잉어를 자식 돌보둣 한다.
아무리 비슷한 잉어끼리 섞어놓거나 몇년이 흘러도 자신이 기른 잉어는 찾아낸다.
국제적인 품평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하는 그는 출품자들이 자신의 잉어를 못찾고 절절 맬때 일일이 찾아주기도 한다.
『세계적인 비단잉어 공원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수한 종어들을 많이 개발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그는 요즘 바쁜 일정 가운데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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