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기자 공동 관찰기 ④ 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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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년간의 선거에서 충북 지역의 투표 결과는 거의 전국 투표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전국적 선택과 일치했다. '탄핵 바람'이 몰아닥친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8개 지역구를 석권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이 도지사를 배출했다. 기초단체장은 한나라당 5명, 열린우리당 5명, 무소속 3명이 당선됐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경우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충북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 당선자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충북 지역에서 36만5000여 표를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31만1000여 표) 후보를 5만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충북은 영.호남이나 인근 충남 지역과 달리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선거는 철저히 인물과 공약, 그리고 시국을 고루 반영한 나름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선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충북의 선택에 큰 관심을 갖는다.

현재 충북에선 박근혜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7~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박 후보의 외가, 즉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박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 반면 이 후보는 반대한 것도 지지율 차이를 나타내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하지만 충주를 비롯한 도 북부 지역에선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운하 벨트가 조성되면 그동안 지체됐던 내륙 발전이 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3일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충북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종전의 연설회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이명박 필패론'을 강력히 제기했다. 동시에 "여자라서 안 된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한 듯 여장부로서 자신의 면모를 알리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땅이 아니라 땀으로 돈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로 이 후보의 부동산 의혹을 재차 공격했다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와 함께 충북을 물류.관광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등 충북 지역 관련 5대 공약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끝으로 전국적인 지지도와 경제회생 능력 등을 내세우며 자신이 본선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강조했다.

청주=엄태석(정치행정학) 서원대 교수,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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