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대 덕인지 청소년 성장소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주 신간만 해도 대여섯 권이 눈에 띕니다. ‘사계절 1318문고’로 나온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에는 고1 여학생 세 명이 등장합니다. 한 명은 친구 아버지와 원조교제를 합니다. 다른 한 명은 가정폭력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함께 살게 된 사촌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합니다. 또 학교에서는 변태 체육교사의 성희롱에 시달리지요.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학교에서 왕따입니다. 키가 작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랍니다. 그 왕따 아이의 엄마는 무당이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배다른 동생은 가출을 합니다. 또 여덟 살 때 당한 성폭력의 기억 때문에 손을 자해해 불구가 되었고, 급기야 거식증에 걸려 쉼터로 들어갑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갖은 문제들에 숨이 턱 차오릅니다. 등장인물이나, 독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틈이 없습니다. 이 소설의 귀결점은 “우리 몸은 우리 자신의 것”이라는데, 어지간한 독자가 아니고서야 알아채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달포 전 내놓은 또 다른 청소년소설 『쥐를 잡자』(푸른책들)도 만만찮습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고1 주인공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고, 낙태 수술을 받고 자살을 합니다.
한 출판사 대표는 “논술 때문에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은 이슈 제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논쟁거리를 다루는 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쉽다는 것입니다. 또 현실을 떠나 지나치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만 다뤘던 그 동안의 청소년물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문제를 가득 다뤘다고 문제 있는 책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제 막 도약을 꿈꾸는 국내 청소년 소설이 ‘더 자극적이게, 더 독하게’로 경쟁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