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고검장/5억받아 빌라 구입/「재산관리인」 추정 조성일씨 명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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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씨에 “빌려달라” 안갚아/김승희지청장 차대금도 업자가 지불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 형제의 검찰내부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김태정검사장)는 26일 이건개대전고검장이 88년 정덕일씨로부터 주택구입자금 명목으로 5억4천2백4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정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당시 영수증에 이름이 기입된 주택등기 명의자인 조성일씨(46·서울 노원구 상계동)를 전국에 수배했다.
검찰은 또 슬롯머신업자 양경선씨(45)를 소환,조사한 결과 양씨로부터 김승희 김천지청장이 구입한 승용차대금 1천만원을 대신 내줬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김 지청장에 대해서도 곧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초 27일께 관련자들을 사법처리·징계하고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었으나 관련자들이 대부분 잠적함에 따라 수사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고검장은 86년 고교후배를 통해 정덕일씨를 알게된뒤 88년 10월 『주택매입자금이 부족하니 돈을 빌려달라』며 정씨로부터 그해 12월까지 모두 세차례에 걸쳐 1억·2억·2억여원씩 모두 5억4천2백4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이 고검장은 돈을 받으면서 이자지불·반환기일 등을 전혀 말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정씨에게 원리금·이자를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고검장은 정씨에게 처음 1억여원을 받을때는 영수증을 주지않았으나 그뒤 두차례 돈을 더 받을 때에는 자신이 직접 「조성일」이라는 이름을 기입해 영수증 또는 보관증을 정씨에게 줬다는 것이다.
검찰조사결과 이 고검장이 정씨로부터 받은 돈은 90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빌리지(94평형)를 구입하는데 계약금·중도분양금 등으로 사용됐으며 이 집은 구입당시부터 조성일씨 명의로 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씨의 부인은 『남편이 빌라를 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말해 검찰은 이 빌라의 실질소유자가 이 고검장인 것으로 보고있다.
이 빌라는 지난 3월 모기업 J회장에게 매매계약을 위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가 돼있어 이 고검장이 재산공개를 앞두고 급히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검찰은 또 김승희지청장의 경우 90년 3월 슬롯머신업자 양씨를 알게된뒤 91년 안기부파견근무시 쏘나타승용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대금 1천만원을 양씨가 대신 납입해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양씨가 중수부2과 수사관인 박덕희씨에게도 뇌물을 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양씨와 박 수사관의 신병을 26일 서울지검으로 넘겨 여죄를 추궁중이다.
검찰은 이 고검장외에 신건법무부차관과 전재기법무연수원장에 대해서도 정씨형제의 관련진술을 들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계속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 진술외에 그동안 언론에 거명돼 왔던 K차장 등 차장·부장검사 3∼4명에 대해서도 모두 수사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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