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약탈 문화재 돌려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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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 미술관이 약탈 문화재로 판명난 고미술품 40점을 이탈리아에 돌려주기로 했다. 도굴과 밀거래 등을 통해 해외 유명 박물관으로 빠져나갔던 문화재들을 되찾아오려는 이탈리아의 다각적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1일 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번에 반환키로 한 작품엔 게티의 소장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아프로디테 조각상(사진)도 포함돼 있다.

이 조각상은 높이 2m28㎝의 대형 작품으로, 미술관 측이 1988년 한 중개상으로부터 1800만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선 이 조각상을 포함해 게티 소장품 중 52점이 장물(贓物: 훔친 물건)이라 주장하며 지난해 미술관 측에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이탈리아 당국은 이 중 6개에 대한 반환 요구를 철회, 46점을 돌려달라고 한 반면 게티 쪽은 지난해 11월 26점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가장 인기 높은 아프로디테 조각상은 반환 리스트에서 쏙 빼놓은 채였다.

이에 이탈리아 당국은 20여 년간 폴 게티 미술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일했던 매리언 트루를 장물 거래 혐의로 기소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따라서 이번 반환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인 트루의 재판에서 선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했던 아프로디테 조각상을 돌려받게 된 이탈리아는 일단 이 작품을 2010년까지 게티 미술관에서 소장토록 허용하고, 다른 문화재도 여럿 대여해 주기로 했다.

이번에 반환이 합의되지 않은 작품도 있다. 아프로디테 조각상과 함께 그리스.로마 시대 걸작으로 꼽히는 '젊은 승리자' 청동상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40여 년 전 국제수역에서 발견된 것이라 약탈 문화재로 봐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탈리아-폴 게티 미술관 간의 이번 합의는 외규장각 도서 등 전 세계 약탈 문화재 반환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를 놓고 그간 프랑스 측과 협의를 벌여 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아프로디테 조각상은=이탈리아 남부에서 발견된 이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제작 연도가 기원전 5세기로 추정되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야외가 아닌 실내에 서 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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