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잘린 아이 “수술비가 없어요”(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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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돈이 없어 딸이 평생토록 말을 제대로 못하고 음식맛도 모르는 불구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지난 2일 불량배에게 불의에 혀가 잘려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중인 외동딸 방민희양(5)을 간호중인 어머니 김연표씨(35)는 『어린 것이 무슨죄가 있느냐』며 안타까움에 참아왔던 울음을 끝내 터뜨리고 만다.
김씨가 이처럼 딸의 병상을 눈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혀재생 수술비 3백여만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 방양은 지난 2일 집부근인 서울 동작구 대방동 문창국민학교에서 동네친구와 놀다 불량배에게 끌려가 면도칼에 혀가 3㎝가량 잘려나갔다.
혀의 손상이 커 접합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병원측은 혀뿌리 부분을 절개,혀의 길이를 조금 늘리는 혀재생수술을 최선의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그러나 6백만원 보증금에 월세 12만원짜리 단칸셋방에서 김씨의 월 20만∼30만원의 재봉틀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방양집 살림형편으로서 꿈속에서나 만질 수 있는 큰돈. 나이에 비해 말을 잘하고 유난히 예뻐 동네사랑을 독차지 하던 방양의 딱한 사정에 이웃들이 「똑똑이돕기 모금운동」에 나섰으나 이들은 모두 가난한 처지라 속수무책. 그동안 허리디스크를 앓아 바깥 거동을 못하던 아버지 방성문씨(36)도 아픈몸을 이끌고 며칠째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나 수술비 마련은 현재로는 까마득하기만 하다.
『어렵지만 아이들만은 남부럽지않게 키우려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부모로서 이보다 더 큰 죄가 어디있겠습니까.』
자신같은 피해자를 구제하는 사회보장책은 없느냐고 기자를 잡고 애원하는 김씨를 뒤로하고 병원문을 나서면서 「함께사는 사회」는 진정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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