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귀국 DJ행보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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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민주당 협조요청때 대응관심/DJ “정치 불간여” 입장불변 밝혀
김대중 전민주당대표의 귀국이 6월말로 다가오면서 동교동계의 발걸음이 점차 바빠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동구 4개국을 방문했던 김 전대표는 4,5월중 한광옥최고위원·한화갑·김옥두·남궁진의원 등 동교동직계의원들을 잇따라 불렀다. 귀국에 즈음한 준비와 함께 국내상황에 대해 보고를 듣기위해서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동교동 직계중심의 한정회사무실에는 다시 DJ맨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동교동 측근들은 김 전대표가 귀국후 연구겸 집필을 위해 머무를 장소를 광주나 고양등지에서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대표는 국내에서의 YS 개혁 역풍 등을 고려해 한때 귀국연기를 검토했으나 해외에 장기체류할 명분이 약해 일단 예정대로 귀국하기로 한 것이다. 김 전대표는 『귀국한 후에도 국내정치에는 절대 관여치 않겠다』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는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귀국후 DJ거취를 놓고 동교동계는 내심 우려와 곤혹스러움을 내비치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DJ귀국 자체가 정치적 사건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동교동계가 우려하는 상황은 김 대통령의 혹 있을지도 모를 개혁협조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와 민주당의 은밀한 도움요청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한 측근의원은 『김 전대표가 서울시내에 사무실을 낼 경우 예전의 동교동처럼 의원과 정치지망생들로 북적대기가 십상』이라며 『서울근교의 집필연구실도 예외가 아닐 것이므로 방문 절대사양의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예고한다.
새 정부의 개혁추진에 밀려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현체제에 대해 민주계일부와 재야까지 『DJ가 당을 좀 추스려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게 현실이다.
김 전대표는 최근 『정치를 떠난 상황이므로 새 정부가 잘해 나가야 할 뿐』이라며 김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에도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귀국한 남궁진의원은 『김 전대표가 정치적으로 연관되는 사안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해 한때 검토했던 귀국후 광주방문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기조를 지키기 위해 김 전대표는 최근 루마니아·체코·독일·오스트리아 등 동구권 4개국을 방문했다.
통일에 대비한 연구와 역량의 비축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의 「연구방문」이었다고 한다. 루마니아에서는 최근 몰다비아와 통일하려는 과정을 주의깊게 살폈고 동구권 국가중 유일하게 체제변화과정에서 「유혈사태」를 겪었던 원인을 분석했다. 김 전대표는 『북한의 체제변화과정이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점을 가졌다고 한다. 공산권 기득계층이 자본주의로 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체코에서는 하벨대통령과 만나 양인의 민주화운동·투옥생활 등 공통적인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고 「냉전과 이념 붕괴이후의 세계질서」에 대해 토론했다고 한다.
김 전대표는 귀국후 통일문제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국현대사에 대한 집필에 몰두할 계획이다. 특히 근대정치인에 대한 재평가작업도 하겠다는 의욕이다. 아시아지역국가간의 연대를 통한 평화운동과 민주주의·도덕성확립활동과 부인 이희호여사의 관심영역이기도 한 장애인복지사업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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