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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경|첨단기기 풀가동 문제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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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사회 전방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개혁 중에서도 우리 공무원사회의 거듭남은 가장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공공기관 서비스의 시대 공공기관들도. 이제 말 그대로 국민에 봉사하는 참다운 의미에서 서비스기관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 공무원들은 어떤 자세로 국민에 봉사하는가. 중앙일보 해외특파원들을 통해 선진국의 민원행정과 공무원들의 근무자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동경도청 제1청사 3층.
1백23평의 도민상담실에 들어서면 대기실 소파에 4∼5명의 시민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간혹 외국인도 눈에 띈다. 접수창구에 상담신청을 한 뒤 차례를 기다리고있는 것이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법률·세금·등기·호적·청소년교육문제를 비롯, 도정에 관해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어·영어·중국어·프랑스어로 상담이 가능하다.
기자가 의료보험에 관한 상담신청을 했더니 전문상담이라고 써 붙인 독방으로 안내됐다.
외국인도 국민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료는 수입에 비례한다는 것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병에 걸려 월 치료비가 6만엔이 넘을 경우 초과분은 전액 환불해주며, 40세 이상은 성인병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는 등 각종 혜택을 친절하게 가르쳐 줬다.

<외국인에도 편리>
상담실을 나오면서 컴퓨터 단말기를 두드렸더니 기자가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의료상담전문병원·소아과·치과 등의 약도와 전화번호 등이 나왔다. 직원은 외국인 상담자가 하루 20∼30명 정도 된다고 했다.
같은 건물 3층의 도민정보실은 약 2백40평 크기로 데이터 검색실·간행물 판매코너·자료열람실 셋으로 나뉘어 있다. 데이터 검색실에는 데이타베이스와 연결된 18개의 단말기가 비치돼 각종 자료를 찾아보고 무료로 이를 프린트까지 할 수 있다. 자료열람실에는 49석의 열람석과 약 3만2천권의 책이 구비돼 있다. 간행물판매코너에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간행물 6천여종을 팔고 있다.
이밖에 영상코너에서는 도정에 관한 사진 1만6천점과 8백30개 비디오 테이프를 갖춰놓고 실비로 복사해준다.
1층 로비에 마련된 전시실의 가로 5m·세로 2m의 대형 TV화면에서는 동경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해주는 컴퓨터그래픽 첨단영상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다. 45층에 마련된 전망대와 함께 관광명소의 하나가 되고 있다.

<관광명소로 한몫>
전망대에는 하루 평균 7천명, 휴일에는 1만2천명이 찾고 있다. 2층의 역사·교류 전시실, 4층의 시청각실, 5층의 영상스튜디오 등 시민을 위한 각종 정보시스팀과 시설은 동경도청이 시민을 위해 펼치는 행정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눈으로 보게 해준다.
도청 1∼5층 여기저기 11개소에 마련된 도정정보센터는 종합안내·유도기능·정보제공·상담·도정이미지 제고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관청이라기보다 첨단기업의 인텔리전트 빌딩 같다. 이곳이 바로 연간예산 7조7천억엔(약52조4천억원)으로 4백89만2천4백가구, 인구 1천1백88만4천명의 살림을 맡고 있는 동경 도청이다.
동경도 청사는 88년3월 착공, 공사비 1천5백69억엔(약1조6백70억원)을 들여 91년4월 완공됐다. 대지 1만3천평에 세워진 연건평 11만5천평의 새청사는 제1청사(지하3층·지상34층·높이2백43m,제2청사(지하3층·지상34층·높이1백63m), 도의회(지하1층·지상7층·높이41m)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건물이다.

<1조원 들여>
완공 모든 사람을 위한 행정을 내걸고 신축된 청사인지라 지하주차장에서부터 1층 로비, 엘리베이터, 화장실 어디를 가도 장애자를 위한 장애자 전용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어느 사무실이나 민원인을 위해 가슴높이의 칸막이와 책상·의자가 갖춰진 상담장소가 몇 개소씩 마련돼 있다.
지하주차장은 1천80대의 수용능력을 갖춰 주차에 불편이 없다.
여권과는 창구가 16개나돼 하루 1천여 명이 찾아오고 있으나 붐비지 않는다. 여권발급에는 보통 8일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긴급한 사정이 있으면 하루만에 나오기도 한다. 신원조회라는 절차도 없다.
제2청사 3층에는 건축지도 종합창구가 있어 이곳에만 가면 건축관련 민원은 모두 해결된다. 목조건물은 7일, 그외 건물은 21일만에 건축허가가 떨어진다.
내부는 일본 최첨단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꾸며져 있다. LAN(구역정보통신망)의 광섬유 배선이 모든 층에 깔려있고, 사무실 배치가 바뀌어도 쉽게 회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2중 바닥 구조로 돼있다.
제1청사 10층과 제2청사 18층에 있는 중앙컴퓨터실은 지진 발생 때에도 가동되도록 바닥을 건물본체에서 떼 놓았다. 3천개의 단말기가 중앙컴퓨터와 연결돼있으며 1∼3층의 각종 정보센터는 LAN으로 연결돼 있다.

<완벽한 방재 센터>
지하1층에는 문서 배송실이 있어 각층으로 가는 우편물과 서류를 컨베이어 벨트로 자동 배달해주는 장치가 돼있다. 서류 등이 도착하면 자동적으로 해당 부서에 서류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가는 등 모든 것이 컴퓨터화 돼 있다. 또 각층에서 원하는 곳에 서류를 보낼 수도 있다.
동경신청사가 자랑하는 시설의 하나는 제1청사 8, 9층에 자리잡은 방재센터다. 청사관리담당과장 이노우에 도시오(59)씨는『방재센터는 1923년 관동대지진의 두배 정도 되는 지진이 발생해도 끄덕 없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 설치된 2백인치 대형화면에는 헬기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시시 각각의 영상과 컴퓨터 처리된 피해 상황 등이 나타난다. 신청사에는 현재 1만3천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은 일본의 어느 회사보다도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책상 등 사무 기기를 사용한다.
동경도청은 21세기에 대비한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일 뿐 아니라 동경도민위주의 행정 서비스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비싼 돈을 들여 호화스럽게 지었지만 시비가 없다. 동경도민들을 위해 세금을 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경=이석구·곽재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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