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최대 ‘걷기’카페 즐거운 오프라인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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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2박 13일 일정으로 걷기에 나선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회원들.

27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두물머리 나루터. 점심 무렵 느티나무 앞으로 큰 배낭을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솔낭구 입니다.” “전 해피걸 이에요.”

인터넷 다음 걷기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이 여름 연례행사로 연 ‘한강 발원지를 찾아서’ 출발 현장이다. 별명으로 소개하는 모양새가 왠지 웃음을 자아낸다. 회원 모두 형광색 단체 티를 입고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다. 오프라인 상으로는 첫 만남이다. 카페지기 김재규(49)씨는 “걷기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에 처음 만나도 다들 가족 같다”고 말했다.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은 온라인 최대 규모의 걷기카페다. 최근 회원 1만5000명을 돌파했고, 매달 정기행사에만 100여 명이 참가할 만큼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10월 카페이름으로 발간한 책 『행복한 걷기여행』은 온라인서점 인터파크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카페지기 김씨는 “예전에 회원들이 걸었던 길을 취합해서 만든 책인데, 책 덕분에 카페 홍보가 많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27일 시작된 도보여행의 일정은 12박 13일. 총 4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행사 때 국토 종횡단을 마친 상태라 이번엔 코스를 새롭게 마련했다. 남·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서 남한강 발원지 검룡소(강원도 태백시)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진행을 맡은 신흥기(51)씨는 “기존에는 국도만 따라 걷다가 이번에 강 따라 걷는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학생·직장인 등 구성원도 다양하다. 통영에서 온 직장인 문은숙(25)씨는 휴가를 이용해 친구와 참가했고, 한학수(23)씨는 대학 생활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멀리 부산에서 올라왔다.

이들이 휴가와 방학을 온전히 들여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부 이경희(47)씨는 “걷기의 좋은 점을 알게 되면 멈출 수 없다”며 딸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모녀가 함께 참여했다. 직장인 강설미(27)씨는 걷기를 통해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의욕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20대의 마지막에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해피걸’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회원들이 자기소개, 점심식사를 마치자 선발대의 깃발이 올랐다. 그들은 380km의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걸으면 차를 타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많이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카페지기 김씨의 말처럼 회원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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