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행) "햇살 속 구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베이루트=임병태 특파원】한국이 94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화 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D조 1차 리그를 통한 전력을 감안하면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진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수단의 대폭적인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북한·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최강 6개국이 맞서는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선 현재의 전력으론 비관적이라는 것이 이곳에 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레바논 베이루티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한국은 초반의 부진을 씻고 경기를 할수록 상승세를 타면서 3승1무로 예상대로 선두에 올랐다. 그렇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홍콩과의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고는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전개함으로써 실망과 함께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첫째, 한국 축구 특유의 팀컬러가 없어졌다. 한국은 아시아 정상으로서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기동력과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였다. 그러나 이번 예선에서 한국은 어느것 하나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극히 무기력한 팀으로 전락했다.
둘째,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에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 경기 중 감독이 지시하는 사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부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전력을 다해 플레이하지 않았다.
셋째, 경기를 풀어갈 리더가 없다. 경기를 일방적으로 이끌면서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나 공수의 완급을 조절할 플레이메이커가 없기 때문에 열심히 뛰고도 빛이 바랜 경우가 허다했다.
노정윤·최문식·박남렬 등이 플레이메이커로 나섰으나 경험 부족과 시야가 좁은데다 패싱력마져 떨어져 제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호 감독이 항상 주장한는 공간 축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출국전 우려했던 수비력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 4게임에서 단 한골도 실점하지 않는 호수비를 보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