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철거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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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9일(일부지방 10일)중앙일보「독자의 광장」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철거에 관한 논쟁을 보며 느낀 것이 있다.
70년대 이후 몇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사용하기로 한후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개조한지 몇년이 지나 다시 철거시비가 이는 것을 보며 좀더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것이지만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러한 논쟁은 건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의 증폭을 의미하기도 한다.
철거에 대한 찬·반 양측의 논리는 모두 일견 타당해 보이며 몇해전 어느 건축 전문 잡지에서는 의견을 유보한 전문가가 상당수 되는 것으로 보아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놓치고 있는 것은 제 2, 3의「중앙청」이 해방 50년을 앞두고도 계속 건립되고 있는데 그것이 아마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 예로 올 여름에 열리는 대전엑스포만 하더라도 전시관과 전시내용의 상당수가 외국, 특히 일본인에 의해 설계되거나 제작된 사실이나 서울시내의 유수한 호텔·고층건물의 상당수가 외국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앙청 건물의 존치 만큼이나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건축주들이 국내 건축가를 불신하고 사대주의에 젖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배후에는 일반인과 언론의 무관심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이 장기간에 걸친 교육과 투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당장의 건축에 대한 모두의 관심은 무국적 상태의 우리 건축환경의 개선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시대에 지어지는 건축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이경훈<미뉴욕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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