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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배양한 난 3년째 이식 시조시인 이성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난 애호가 이성보씨(46)가 멸종 단계에 이른 풍란을 되살리기 위해 3년째 자생지인 거제도 해금강 등의 해안절벽에 풍란을 되심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91, 92년에도 20여명의 산악인을 동원해 해안절벽에 자신이 인공 배양한 1만5천여촉의 풍란을 되심은 그는 이달 초에도 해금강으로 내려가 1만여촉의 풍란을 절벽에 직재하는 집념을 보였다.
이「풍란 되돌리기 운동」은 대우조선 산악회원 20여명이 난 애호가 및 현지주민 2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30∼1백50여m의 수직 절벽에 자일을 타고 올라가 바위틈새마다 풍란을 끼워 넣는 수고로 이루어졌다.
나무등걸과 바위에 붙어「우로를 먹고사는」풍란은 6월에「학 같은」꽃을 피우는데 초컬릿 내음의 달콤한 향기가 대단하고 고가인 탓에 남획꾼들의 손을 타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10년 계획으로 10만촉을 심을 이 사업을 통해 거제도를 풍란의 낙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는 현재 시조시인이자 수필가며, 통신설계회사인 한아통신관리본부장이기도 하다.
「풍란 되돌리기 운동」을 위해 그는 지난 5년간의 준비 기간중 풍란을 사 모으거나 조직배양을 해왔다고 했다.
이씨는『이 운동이 천혜의 명승지인 거제도에서 사라져 가는 동백나무·석곡·춘란·팔손이나무 등을 되살리는「자연보호운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경기도 과천에 아예 자신의 난 상설전시장(능곡재)을 갖고 있는 데다 난에 얽힌 얘기만을 담은 4권의 저서를 낸 그는 스스로『난에 미친 정도가 아니라 먹힌 상태』라고 표현했다.
『현대시조』를 통해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던 그는 『바람 한자락 꺾어들고』의 시조집 외에도『난을 캐며 삶을 뒤척이며』『난과 돌, 그 열정의 세월』『난향이 머무는 곳에도』 등의 수필집을 냈다.
그는『난이 깨끗한 곳에만 자라면서 항상 푸르름을 간직하는 데다 강인한 생명력, 유연한 자태, 맑은 향을 간직해 가위「군자」로 불릴 수 있는「덕목」을 모두 갖추었다』고 난 예찬론을 폈다.
20년 동안 수석에도 심취해온 그는 돌에 풍란을 붙여 그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는「풍란석부작」에도 큰 관심을 보여 그동안 다섯번의 개인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오는 28일에도 자신의 전시장에서 난석전을 갖게될 이씨는 조만간 이곳에서 주부들을 위한 무료 난아카데미개설, 난에 얽힌 시조낭송회 개최 등의 계획에 부풀어있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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