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미래지향 연구소로 거듭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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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이제 시류 타기에 급급한 당면 기술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국가를 선도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 연구소가 돼야 한다.』
10일 오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5시간 넘게 진행된「21세기를 향한 KIST 위상정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강린구 금성사 부사장을 비롯해 각계 대표가 이구동성으로 내린 결론이다.
지난 66년 설립된 KIST는 초기에 산업 기술 개발 및 보급이라는 1단계 목표는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나 80년대 이후 새로운 환경을 맞아서는 다른 연구소와 비교해 연구활동에 특색이 없고 중복되는 분야가 많은 등 새로운 역할과 위상 정립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김은영 KIST원장은『지금까지 모든 과학 기술 정책이 당면한 산업 기술 수요 충족을 항상 우선시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기간에 적은 연구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선진 기술을 단순 모방하거나 일부 내용을 개량하는 연구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설립 이념에 맞지 않더라도 만성적인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부 연구 사업에 참여하려는 풍토가 만연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80년 정부 출연 연구 기관 통폐합 조치를 통해「한국과학기술연구소육성법」이 폐기됨으로써 KIST의 분위기는 더욱 위축됐다고 했다.
강 부사장은『그러나 기업부설연구소가 1천5백개를 넘어선 현실에서 KIST는 이제 고유의 연구 전략을 설정·추진해야 하며, 그동안의 경험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선진국과의 과학 기술 교류에 창구 역할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종합연구소체제는 계속 유지하면서 적어도 10년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기술 수요에 중점을 둔 미래 지향의 전문 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간 10억∼20억원을 투입해 고유의 중장기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를 유치해 우수 연구 센터를 운영한다는 것. 또 97년말까지 박사급 연구원을 현재의 2백50여명에서 3백여명으로 늘리는 반면 1백70명의 일반연구원은 자연 감소시키며, 학연 박사 과정과 박사후 과정을 각각 4백명과 1백명으로 늘리는 등 연구원 구성도 1천여명의 고급 인력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도「KIST육성특별법」의 제정 등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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