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포석의 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3국 하이라이트1>
○ .윤준상 6단(도전자) ● .이창호 9단(왕 위)

장면도(9~23)=1 대 1의 스코어에서 승부의 분수령이라 할 3국이 6월 20일 열렸다. 이창호 9단은 2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반 집 승을 거뒀지만 실수투성이라서 만족할 수 없었을 게다. 특히 종반의 실수가 부쩍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나이' 탓이라고 봐야 한다. 사람에겐-영웅이거나 범부이거나-다 때가 있는 법이며 그런 점에서 이 9단이 후진들의 추격에 버거워하고 있는 것은 장강의 앞 물결이 뒤 물결에 밀리는 자연의 법칙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창호가-바둑사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이 불세출의 천재가-이대로 밀리고 말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선 여전히 한 가닥 여지를 남겨두고 싶은 것이 구경꾼의 솔직한 심경이다.

흑9까지 1국의 포진과 똑같다. 1국에서 패배한 이 9단이지만 포석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먼저 방향을 튼 쪽은 윤준상 6단. 1국에선 삼삼으로 파고들었는데 너무 엷다고 느낀 것일까. 이번엔 10으로 곱게 달렸다.

13도 갈림길이었는데 '참고도1'의 흑1로 일단 기어 나오는 수가 많이 쓰인다. 백은 2로 치받게 되고 이때 흑3이면 백4로 파고드는 유력한 수법이 있다. 따라서 흑은 '참고도2'처럼 귀를 지키고 백2 넘을 때 3으로 막아두거나 손을 빼는 것이 정석화돼 있다. 실전에선 이 9단이 13으로 받았기에 백도 14로 한 점을 잡아 불만이 없는 그림이다. 포석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이 9단의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는데 좌하귀 23까지도 비슷한 호흡을 느끼게 해준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