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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치 않은 군비리 처리(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방부가 인사비리와 관련하여 구속했던 해군과 공군의 현역 장성 10명과 대령 3명을 전원 불기소처분키로 한 것은 모처럼 시작된 문민정부의 군 숙정과 사회개혁에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군 숙정의 방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소장장교들의 비판이 있음을 의식한듯 전원을 기소유예하는 대신 징계위에 회부하여 전역시키기로 했다. 국방부가 밝힌 기소유예이유는 이미 군의 생명과도 같은 명예를 잃었고,대부분 3∼4년전의 진급에 대한 사후사례였는데다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때의 대가가 30여년간 군에 복무한 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군개혁의 와중에 나온 이같은 설명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면서도 구차한 느낌이 없지 않다. 더구나 이것이 군비리수사를 끝내기 위한 수순이라면 사정의 생명인 공정성·형평성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사회전반의 개혁·사정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 입시부정이나 금융비리의 경우 불법이 인정되면 대부분 가차없이 구속됐다. 평화시의 군복무공로가 인정돼야 한다면 문관이나 민간인의 공로도 참작돼야 할 것이다. 군의 사정작업에선 특히 성역을 깬다는 점이 강조되었는데 문제된 전원이 기소유예된다면 결국 성역을 계속 인정하는 꼴밖에 더 되는가.
징계처분으로 전역시킨다 해도 그것이 엄한 처벌인 이상 군내부의 균형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번 군비리처리에 대해 해·공군내부의 비판이 제기된 건 육군과의 형평문제와 함께 비교적 신망이 있고 비리가 적다고 인식돼온 사람들이 처벌대상이 됐다는데 있었다. 따라서 여기서 인사관계 숙정이 끝난다면 그러한 불만요인 또한 그대로 남게 된다.
그래서인지 국방부의 처리방침이 완화됐는데도 상당수의 당사자들이 전역조치에 불응할 태세라고 한다. 특히 공군장교들 사이엔 공군장성들에 대한 무더기 구속은 차세대전투기 변경을 둘러싼 로비설을 폭로한 전공군참모총장의 행위에 대한 보복이라는 인식을 씻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같은 케이스로 현역은 기소유예한 채 예비역만 기소하는 것도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중 예비역이라고 해서 더 가혹한 처분을 받는다면 그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봐야한다. 오히려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일반사회보다 군의 기강과 규율이 더 엄하기 때문에 현역에 더 엄정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해·공군장성을 무더기 구속했던 것은 의욕만 앞선 사려깊지 못한 조치였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너무 앞서 나갔다가 오히려 군개혁과 사정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만 더한 셈이다. 군의 특수성은 보호되어야 하되 불균형과 불공정이 있어선 안된다는 원칙에서 군의 개혁작업은 보다 신중하고 사려깊게 진행되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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