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건 터질때마다 “연루설”/괴로운 박철언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용팔이」서 「빠찡꼬」사건까지 “약방의 감초”/본인은 “전혀 무관 음해세력의 모함일뿐”/일관된 반YS로 정치역정부각에 안간힘
정치 음모나 조직적인 부패냄새가 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배후로 오르내리는 이름이 있다. 이른바 「6공실세 P의원」으로 묘사되는 박철언의원(국민당)이다.
새정부 출범직후 터진 「용팔이 사건」에서부터 최근 「동화은행장사건」과 「빠찡꼬대부 정덕진사건」에 이르기까지 박 의원은 정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의 얼굴색이 좋지않다. 본인은 감기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치에 관여안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않다』며 정식인터뷰를 사양한다. 그러나 좋지 않은 일에 「감초」가 된 자신의 입장과 심경을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그동안 연루설이 나돌던 일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그는 『세간의 소문처럼 나는 정치적 공작을 배후조종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으며 6공 당시 국내정치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간평가유보」나 「3당통합」 등 『6공의 체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중요한 몇몇 사안에는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당시 그의 권력행사를 지켜본 사람이나 일반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6공초기 박 의원이 「너무 많은 권력을 독점했다」는 인식을 광범위하게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종사촌 자형 노태우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공을 앞세워 적어도 초반 2∼3년간 명실상부한 2인자의 힘을 발휘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고수란히 물려받아 후계자의 꿈을 키워 추종자들로부터 『떠오르는 태양』으로 칭송됐다. 때문에 당시 『월계수회를 통해야 일이 된다』는 속설이 퍼질 정도로 그의 힘은 무소불위한 것으로 비쳤다. 13대 공천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계파를 형성했고 관계요로에 자기사람을 심어 「장래」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을 가졌기에 조직이 가능했고,조직이 있었기에 돈이 필요했으며,정치권의 필요악인 돈은 비정상적인 경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에 대한 일반적인 추론이다.
○“감춘 것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건이든 직접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지금까지 드러난바 없다. 일부에서 『비리를 철저히 은닉해두었기에 쉽게 드러나지 않을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내가 무슨 용빼는 재주나 힘이 있다고 서릿발 같은 사정바람에 감출 수 있겠느냐』고 일소한다.
그럼에도 왜 사사건건 연루설에 휘말리는지에 대한 박 의원 스스로의 분석은 두가지다. 「선의의 해석」은 『한때 힘있는 자리에 있다보니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이다. 호가호위하는 사기꾼들도 많아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도용당해 연루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악의의 해석」은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어 조직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 의원이 생각하는 「음해세력」은 김영삼대통령쪽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박 의원은 「선의의 해석」보다는 「악의의 해석」쪽에 더 비중을 두는 듯했다.
그는 김 대통령을 자신의 「정적」 개념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한때 『내가 입을 열면 YS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도전한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반YS를 고집,지난 대선직전 민자당을 떠나 정주영씨 편에 섰었다.
박 의원은 요즘 자신의 정치역정을 반YS란 일관성을 들어 PR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신상의 문제에 있어 유리하다고 판단한듯 하다.<오병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