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도봉 명문 약진… 내신 불리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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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민주(하희라)의 아들 진우는 강북중학교 1등이었다.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진우는 전국영어경시대회에 응시한다. 결과는 예상치 못했던 최하위권. 이것이 민주가 강남으로 이사한 이유다. 이러한 설정에 대해 강북 엄마들 및 입시관계자의 반론이 쏟아졌다.

중3 아들을 둔 주부 이모(46·서울 노원구)씨는 “진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강북에서 1등 하는 아이를 왜 강남으로 데려가냐”고 반문했다. 특목고 진학에서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한 행동이라는 얘기다.
그는 “강북 엄마들을 싸잡아서 바보로 만든 것 같아 불쾌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덧붙여 최근 보도된 강북의 특목고 진학 현황을 거론했다.
올해 서울소재 25개 특목고의 신입생 현황에 따르면 노원구 출신이 10.9%(275명)로 가장 많다. 이어 강남구 9.3%(233명), 양천구 8.6%(217명)송파구 6.2%(156명), 도봉구 4.2%(106명) 순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노원구는 고학력 맞벌이 세대가 많고 교육열이 높아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린다”며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밀집된 학원가는 강남을 방불케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목고 입시서 내신 중요성 더 커져
2008학년도 서울지역 외고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내신 실질반영비율 확대라 할 수 있다. 각 학교에선 이를 30%까지 끌어올렸다.
서울권 외고의 입학담당 교사는 “내신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못하면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으로 그 점수차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학고에는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적우수자 전형은 학교 내신으로만 선발하고 구술면접은 아예 보지 않는다.
특목고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권 외고의 경우 2008학년도 성적우수자전형 내신 합격선은 2% 이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극중 진우의 강남행은 민주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영어는 경시대회 보다 공인시험 성적 중요
특목고는 다양한 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영어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특별전형(영어우수자)으로 진학하고자 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어경시대회의 수상 여부는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토플이나 텝스와 같은 공인 영어시험 성적이 요구된다.
실제로 최근 IBT에 응시하지 못해 해외원정까지 불사하는 등 토플 응시 대란은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서울권 외고에 재학중인 정모(17)양은 “지난해 IBT 신청을 위해 친구들과 조를 짜서 교대로 컴퓨터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며 “외고 입시에선 영어경시대회보다 토플 등의 공인시험이나 에세이 성적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권 외고 김모 교사는 “드라마에서 아들이 경시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고 좌절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오히려 IBT 등의 중요성을 짚어주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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