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하는 전두환씨측 “노씨와 비교 안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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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거론되는 대형사건 우리완 무관/「50보 백보」라지만 그 사이엔 50보차이”
전두환·노태우 두 퇴임대통령은 같은 서울의 연희동주민이다. 전 전대통령은 연희2동95,노 전대통령은 연희1동108에 산다.
연희2동 전씨 캠프는 요즘 『연희1동측과 우리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등을 통해 「전직대통령들도 필요하면 조사」,또는 「5,6공 실세도 내사중」이라는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대해 전씨 주변인사들은 적잖이 불만이다.
○6공때 부정만연
전 전대통령의 한 측근은 7일 『행여 저쪽(연희1동)을 헐뜯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우리가 왜 한통속으로 거론돼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신문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사람중 5공실세가 도대체 누가 있느냐. P의원이 일마다 감초격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는 노 전대통령의 인척으로 노 대통령밑에서 슈퍼맨이었지 5공때는 안기부장 특보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대학입시부정·동화은행 안영모행장사건·율곡사업의혹·빠찡꼬자금파문등 최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대형사건들이 모두 6공임기중에 일어났는데 왜 5,6공이란 도매금으로 취급되어야 하느냐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 인사는 전 전대통령이 최근의 사정작업을 지켜보며 간간이 털어 놓은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YS 무서운 사람
『요즘 터져 나오는 사건의 내용들을 보니 지난해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이런 개혁작업을 안할 도리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부정부패는 있어 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난 몇년간 구조적으로 매우 심화된 듯하다. 공직자들은 무서워하는 데가 있어야 썩지 않는다. 박정희대통령때도 가끔 경고친서같은 것이 날아들곤 해서 공직자들이 떨었다.
최근 몇년은 국가기강이 많이 해이해졌다. 물론 나도 과거 국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의 일단을 느끼며,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그는 뭔가 다시 조이고 해낼것 같다.』
「지난 몇년간」이라는 표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인사는 전 전대통령이 율곡사업등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재산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전씨 진영은 할말이 많다. 한 측근인사는 『우리는 당할 만큼 당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돈팔촌도 조사
『우리는 6공초 무려 2년에 걸쳐 당국에 의해 사돈의 팔촌까지 샅샅이 조사받았다. 검찰은 친인척들의 재산을 모조리 내사했다. 국회는 국회대로 헛소문이 나돌 때마다 미국과 호주까지 가서 현지조사를 했다. 그때 5공특위위원장이 이기택 현민주당 대표였으니까 그 분도 잘 알 것이다.
그런 마당에 재산공개를 또 할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까지 한 노 전대통령측이 지금 약속을 어기고 있는 중 아닌가.』
「오십보 백보」라지만 50보와 1백보간에도 50보의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희1동과 2동간에는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시각을 착잡한 눈으로 보든,일단 수긍하든,아니면 한바탕의 희극으로 치부해 버리든 간에 「연희1,2동 차별론」은 권력과 인간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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