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당가 전통차 반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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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 중 「고다」편에 인용된 책 『식물』을 보면 「예전 어느 사람이 거위 불고기를 즐겨 먹는 것을 보고 의원이 반드시 몸 속에 옹병이 생겨 죽을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좀처럼 병이 나지 않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생각했더니 그는 매일 밤 반드시 시원한 차 한잔씩을 마시고 고기의 독을 풀고 있었다」는 구절이 있다. 차는 이처럼 몸 속의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독이든 식독이든 심지어 화독에서 병독까지.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메마른 인생의 동반자」로 보는 담배 예찬론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동맥경화·심근경색·협심증·뇌경색·폐기종·만성기관지염·천식·위궤양·시력장해는 물론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의 근원이 된다. 또 노화를 가속시키는 원인도 된다.
해로운 줄 알면서 버리지 못하는 담배의 독을 제거해 줄 벗은 없을까-. 담배 해독에는 우리 고유의 녹차가 좋다. 특히 효당가의 전통 수제차 반야로가 좋을 듯하다. 『한국의 다도』를 저술하는 등 한국 다도의 중흥을 위해 노력한 효당 최범술 스님이 입적한 뒤 그 뒤를 이은 채원화 보살 (0595(83)2538)에 의해 법제되고 있는 반야로는 부초차(덖음차)가 아닌 증차(찜차)다.
차의 성품이 본디 차므로 효당 스님도 생전에 부초차보다 증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었다고 한다. 원래 진주 외곽의 고찰 다솔사에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지리산 칠불사와 신흥마을 중간쯤에 위치한 수각이라는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생잎 1kg을 한번 찧으면 겨우 1백g 정도가 생산되는 증차 반야로는 곡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은 1백20g 한 통에 8만원, 입하 전후에 제조된 것은 6만원이다. 담배를 손쉽게 끊을 수는 없겠지만 흡연 뒤에 차 한잔을 마시면 구취도 제거되고 해독도 돼 건강에 좋으리라. 식후나 음주·흡연 뒤에 녹차 한잔이면 충치 예방은 물론 입안도 상쾌해질 것이다. <연호탁(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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