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흐름을 추적하라/「빠찡꼬대부」 정덕진씨 수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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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업소지분 실사로 배후 규명/전담팀 구성… 가명계좌 조사
「빠찡꼬 대부」 정덕진씨(53)가 구속된데 이어 전국 빠찡꼬업소에 대한 일제수사가 시작됨에 따라 정씨 비호세력에 대한 검찰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비호세력으로는 정치권과 검경·언론계 등 각계가 폭넓게 거론되고 있어 수사를 지켜보는 이들 기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 수사팀조차 사정차원에서의 전방위수사임을 강조할뿐 어디까지 「검은커넥션」이 닿아있는지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당초 정씨에 대한 검찰수사는 ▲정씨의 구속 △배후세력의 규명이라는 2단계로 이루어졌었다.
○여죄추궁도 병행
검찰의 정씨에 대한 수사는 그동안 외압으로 수차례 수사가 매듭지어지지 못해 서울지검 강력부가 해결을 바라온 숙원중 숙원이었다.
지금껏 검찰과 경찰 등에서 여러차례 정씨를 구속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좌절했었다.
따라서 검찰은 정씨의 구속 자체를 큰 수확으로 여기고 있으며,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에게 2억8천만원이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을 손쉽게 밝혀냄으로써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강환씨 등 전국적 폭력배들과 정씨의 연결고리를 추가로 끌어내 정씨가 조직폭력배들의 사실상 배후세력임을 입증,정씨를 폭력단체조직법상 자금책으로 엮어 강도높게 처벌하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권총밀반입과 미 호화별장구입 등 정씨 개인과 관련된 또다른 범죄사실에 대해 보강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즉 권총을 김포공항으로 밀반입했었다는 정씨의 자백과 관련,당시 세관원의 묵인 또는 방조여부와 함께 미 LA 호화주택 구입자금 1백60만달러를 둘러싼 외환관리법위반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다.
어쨌든 적어도 정씨 구속이라는 검찰의 1단계 목표는 성공한 셈이다.
2단계인 배후세력 척결과 관련,검찰은 크게 두갈래로 수사방향을 잡고있다.
첫째,정씨가 경찰 및 정계의 배후실력자에게 빠찡꼬지분을 상납했다는 소문에 근거,빠찡꼬업소의 지분소유자에 대한 실사를 벌여 배후세력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경찰과 정계 실력자의 지분소유사실을 포착하게되면 정씨와 유착관계에 있는 비호세력을 쉽게 밝혀낼수 있게 된다.
○의외의 수확기대
그러나 배후세력이 상납받은 지분을 자신의 명의로 둘 가능성이 희박해 명목상의 지분소유자 뒤에 도사린 배후세력을 찾아내는 것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울시내 79개 빠찡꼬 업소의 지분소유자 2백여명 명단을 확보해 수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강력부 단독으로는 실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3개 특수부의 지원을 받아 실지 지분소유자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둘째,검찰은 정씨의 3개 실명계좌 및 1백50여개에 달하는 가명계좌를 추적하는 특수수사의 원론적 방법으로 배후세력을 찾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강력부 은진수검사를 팀장으로 국세청·은감원 직원 5명을 차출받아 자금추적팀을 구성,거미줄처럼 얽힌 계좌를 추적중이다.
그러나 자금추적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조만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검찰간부의 의견이다.
검찰은 반면 김씨에게 흘러들어간 2억8천만원중 1천3백만원이 실명계좌 사이에 이루어지는 바람에 정씨와 김씨의 관계가 드러난것처럼 가느다란 단서만 찾아낸다면 의외의 큰 수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비호세력과 관련한 소문을 근거로 정씨를 추궁,전안기부 실력자 O씨,청와대 파견 경찰관 S씨 등 관련인물에 대한 진술을 얻어내 이들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으나 관련자들이 이를 부인하고 있고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루고 있다.
○음해진술 가능성
이와관련,검찰은 정씨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인사를 음해할 목적으로 비호세력으로 모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수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폭력세계와 검은돈,정·관계의 유착고리를 끊는다는 점에서 배후세력규명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어느때보다 큰만큼 검찰은 신속하고 예외없는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할 것이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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