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라 휴대전화 음악으로 미국 매료시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휴대전화 연주자’윤보라씨의 콘서트가 2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열렸다.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전자음을 연주하는 그의 음악은 새로운 현대음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500여 명의 관객이 몰려 연주를 감상했다.[뉴욕=연합뉴스]

“모든 소리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음악의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휴대전화 연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재미교포 신예음악가 윤보라씨(27·사진)의 말이다. 그의 독창적이고도 실험적인 연주는 올 5월 미국의 대표적인 권위지인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소개될 정도로 미국 현대 음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 그가 26일 (현지시간) 세계 재즈 뮤지션 사이에 꿈의 무대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성황리에 단독공연을 마쳤다.

윤씨는 이날 그의 이름에 맞춘 듯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바이올린·피아노 등 전통적인 악기와 함께 물을 담은 티베트의 놋그릇, 확성기, 그리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멋진 화음의 연주와 노래로 관객 500여 명을 매료시켰다. 특히 그가 하와이언 기타 반주에 맞춰 휴대전화 키패드로 신비한 음색을 내자 관중들은 큰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윤씨는 시카고에서 태어난 한인 2세다. 절대음감을 지녔다는 평가다. 이타카대에서 실험음악 및 음향음악을 전공했으며, 존 레논 작곡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음악계의 원더우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워낙 다양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씩씩하게 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뉴욕의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휴대전화를 악기로 쓰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예컨대 그는 어떤 소리도 예사로 흘려 듣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까닭이다. 휴대전화 키패드의 디지털 음 또한 음악의 훌륭한 재료로 다가왔다.

윤씨는 “다양한 소리를 내는 휴대전화는 휴대용 피아노”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이기에 음악을 이해하는 태도도 독특하다. 그는 “음악이란 자신을 표현하려는 신호이자 메시지”라고 정의했다. 그는 온갖 소리를 사랑하는 만큼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좋아한다. “몇 가지 악기를 연주하느냐”고 묻자 “모두 다”라며 활짝 웃었다.

현재 윤씨가 갖고 휴대전화는 무려 11개. 종류에 따라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성전자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아직 한번도 한국 무대에 오른 적은 없지만 올 10월께 한국에서 연주회를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 동영상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