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뭐가 문젠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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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입시부정과 교육비리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거라곤 교육 모든 것에 대한 불신과 의혹밖에 없다. 당장 실시될 새 대입제도에 대한 불안과 미진한 대목들이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되었지만 이를 챙기고 돌볼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입시부정이후 대학들이 본고사를 철회함에 따라 내신성적과 수능시험의 비중이 막중해져 입시환경에 새 문제점도 생겨났다. 교육부가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 당장 그동안 제기된 모든 문제점을 망라해 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1차 수능시험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혼란을 겪을까 걱정이다.
수능시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변별력과 난이도 측정에 있다. 교육부가 의뢰한 연구진의 분석결과도 그렇지만 지금껏 7차의 모델을 분석한 결과 너무나 어려워 아예 쉽고 어려움의 차이마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가의 난이도와 변별력은 평균 60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지금껏 수능시험은 언어영역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이 수준을 유지한 적이 없다.
수능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력·비판력·창의력을 시험을 통해 평가하는데 있다. 이런 평가방식을 대입시험으로 활용함에 따라 학교교육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기를 유도한다는데 큰 뜻이 있다. 이 높은 뜻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학생들의 현재 수준을 지나치게 뛰어 넘는 문제를 출제하게 될 소지가 생겨난다. 현실과 이상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출제수준도 조절돼야 한다. 또 본고사 실시 대학이 줄어든만큼 수능시험의 비중이 커졌다. 이에따른 문제와 보완책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한 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하는 학부모 입장에선 제도때문에 생겨나는 불이익을 감수하려들지 않는다. 때문에 제도에 잘못이 있다면 보완을 해야하고 예고된 제도의 변화라면 소신있게 이를 홍보하고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당장 예상되는 문제를 열거해보자. 특수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학부모는 내신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들의 불이익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수능시험이 문과·이과간에 차별을 두지 않음으로써 이과반의 문과반 유입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또 두차례 수능시험중 좋은 점수를 반영키로 한 제도에도 문제는 예상된다. 시험범위가 좁은 1차시험의 좋은 성적과 상대적으로 어려운 2차 시험간의 차별화는 없어도되는가. 쉬운 1차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 수험생이 2차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생겨나는 문제점은 없을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짚어보고 보완할 과정을 꼼꼼히 거쳐야 한다.
새 대입제도의 첫 실시 시점에서 교육부나 대학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건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거창한 교육개혁 작업보다도 수능시험의 무리없는 정착화가 곧 교육개혁의 첫걸음이란 자세로 교육부는 그 보완에 성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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