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청문회/여­야 줄다리기/소집여부 공방 점차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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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리 속속 판명… 짚고 넘어가야” 민주/“「고강도 사정」… 연거나 다름없다” 민자
민주당이 주장하는 「6공청문회」 개최문제가 임시국회의 한 쟁점으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군·행정부·교육계·금융계 등 사회각계에 폭넓게 번진 것으로 확인된 각종 비리중 6공 1기 권력과 얽혀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헤치자는 주장이다. 이기택대표는 국회대표연설 등을 통해 『과거청산 없이 진정한 개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사여부 불투명
그러나 민자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동기 자체가 「국면전환용」(김영구총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깔아두고 있다. 나아가 그 어떤 청문회를 열더라도 지금 진행중인 개혁작업 이상의 강도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민자당 당직자들은 서슴지 않고 내비친다. 그래서 성사가 일단 부정적이나 계속 정치쟁점으로 남게될 전망이다.
○…민주당 주장에 따라 청문회를 열 경우 과거에 얽힌 사안들이 눈덩이처럼 확대돼 통제불능 상태의 파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민자당도 알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이 청문회 주장에 회의적인 것은 이런 가능성 때문만이 아니다. 김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김 대통령의 성격이나 수시로 내보이는 의지로 보아 앞으로 5년내내 「청문회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굳이 청문회라는 형식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13대 국회에서 5공청문회를 경험했던 한 중진의원은 『6공 청문회를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지난 5공청문회를 통해 5공비리가 과연 청산되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야당도 청문회라는 제도의 허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과거정권의 문제로 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는 것은 김 대통령의 대선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민자당내 민주계 일각에서는 『까짓 것 청문회를 못열 이유도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정부패가 드러나는대로 성역없이 잡아들이고 있는데도 자꾸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받는 판인만큼 차라리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빌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주변인사 등 민감한 인물들을 처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김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점도 감안해 야당의 주장을 한 「카드」로 저장해둘만 하다는 얘기다.
여하튼 민자당으로서는 개혁의 고삐를 야권에 넘기거나 나누어줄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 추가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공연히 민주당에 상을 차려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강력주장
○…이기택민주당대표는 요즘 공식적으로 당과 자신의 정국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6공청문회」에 부쩍 힘을 준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참된 개혁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청산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6공비리조사 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제의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 「6공특위」를 만들어 과거 「5공특위」같이 6공에서 벌어진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의혹·비리 등을 파헤치자고 요구했다.
「6공비리조사 특위」 설치문제는 새정부 출범초 민주당이 이른바 「7대 의혹」에 대한 조사차원에서 거론했었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교육·사회 등 민간부문뿐 아니라 군의 인사관련 비리가 속속 밝혀지자 6공비리의 『뿌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6공청문회」요구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거기에는 군전투력 증강의 골간을 이루는 「율곡사업」에 대해 사정당국이 본격 감사에 착수,6공의 정치권 및 군핵심에도 비리의혹이 제기될지 모른다는 민주당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성역없는 과거청산에 부정의 당사자는 물론 권력의 핵심에 있던 책임자들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전직대통령 「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데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6공청문회」를 민주당이 거듭 들고나온 것은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별도의 대응책이 없다는데도 기인한다.
○야 수세탈피 겨냥
민주당은 새 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시종 밀려 지난 3개지역 보궐선거에서도 참패하는 등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해왔다.
따라서 권력핵심에까지 부정부패의 의혹이 집중되는 현시점이 수세적 입지에서 벗어나 야당의 공세적 「선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호기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여야 당3역회의에서 「6공청문회」 개최를 적극 요구키로 해 이번 임시국회가 청문회개최 문제로 한바탕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국민들이 청문회요구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노재현·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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