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청년을 꿈꾼다 <20> 기공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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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14면

경희대 한의대 조성훈 교수(가운데)와 제자들이 학교 교정에서 단전호흡을 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회사원 최모(45)씨는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곤란해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공황(恐慌)장애’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가 조금만 쌓여도 온몸에 쿵쿵 소리가 진동하는 듯했고, 기차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머리가 터져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氣 잘 다스리면 스트레스가 싹~ #단전호흡, 불안 · 우울증 사라지고 노화 방지에 효과

그는 양·한방의 각종 치료를 전전하다가 단전호흡과 얼굴마사지를 생활화하면서 시나브로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스트레스 탓에 마음에 병이 온 듯합니다. 기(氣)가 이처럼 소중한지 몰랐지만 수시로 숨을 가다듬으며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몸의 상태는 공황장애가 왔을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최씨는 지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 조절과 노화 방지를 위해 자신의 기를 가다듬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신경정신과 조성훈 교수는 “단전호흡을 비롯한 기공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인 ‘기’를 관리하면 심신이 젊고 활기차게 바뀐다”면서 “스트레스·불안·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질병과 노화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미국서도 기공치료 연구 활발

동양에서는 기를 우주와 인체에 흐르는 에너지로 파악하지만 서양의학의 주류는 아직까지 기의 존재나 기공의 효과에 대해 100%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국립의료원(NIH)의 국립보완대체요법센터(NCCAM)가 태극권과 기공치료 등을 ‘에너지 치료’로 정의하고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기공의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강화에 대한 논문도 잇따라 미국에서 발표되고 있다.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기공을 보완요법으로 채택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단전호흡과 기체조, 태극권 등을 통해 기를 수련하는 인구는 200만 명 정도. 대부분 심신이 상쾌해진다며 흡족해한다. 눈이 맑아지고 후각과 청각 등의 감각기관이 발달하며 온몸이 활기차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무리해서 기공에 매달렸다가 기공병인 ‘주화입마’로 고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화(走火)는 뜨거운 기운이 아무렇게나 흐르는 것을 뜻한다.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눈이 충혈되며 귀울림[耳鳴]·조루·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입마(入魔)는 마귀에 붙들리는 것으로 환청·환시·환각·정서불안·불면증 등이 생긴다.

조 교수는 “바쁜 현대인은 기본적인 호흡법과 얼굴마사지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 정도만 하면 주화입마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아랫배호흡 하기

한의학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3개의 내(內)단전과 4개의 외(外)단전이 있으며, 내단전 중 배꼽 3~5㎝ 아래에 있는 하(下)단전을 중심으로 숨쉬는 것이 단전호흡이다.

한의학에서는 갓난아기가 배로 숨을 쉬는 것을 두고 “단전호흡이 우주와 인체의 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호흡법이라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아랫배호흡은 침실이나 출근길 버스나 기차 안, 사무실 등 언제 어디서든 단전호흡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랫배호흡을 하려면 눕거나 편안한 자세에서 두 손을 아랫배 위에 올린다. 숨을 들이쉴 때에는 배를 앞으로 내밀고 내쉴 때에는 배를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때 손도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손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숨쉴 수 있다.

익숙해지면 숨을 조금씩 깊고 길게, 또 고르고 가늘게 쉰다. 무리하면 구역질이나 어지럼증이 생기므로 자연스럽게 숨쉰다.
 
얼굴 안마 뇌혈관 질환 예방

수시로 아랫배호흡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마사지하면 기를 더욱 원활히 흐르게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도(導)는 ‘끌어당긴다’는 뜻으로 대자연의 기를 신체 안으로 흡수하는 것, 인(引)은 ‘늘인다’는 뜻으로 스트레칭과 이완을 통해 몸의 기를 순환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도인법에는 태극권·기체조·국선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은 아침에 얼굴의 기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뇌혈관 질환 예방과 호흡기 강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여성은 피부가 탱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기미와 주름살 등의 예방에도 좋다.

이성주 객원기자·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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