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보다 부인이 큰별” 속설입증/군비리 왜 「안방」서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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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안끼리 친밀 정에 약해 뒷돈통로/가장 계급서열 아내·아들까지 통해
김종호 전해참총장에 이어 정용후 전공참총장의 인사비리에도 안방마님을 통한 뒷돈거래가 숨어있었음이 드러나 유독 군부조리에 부인들이 설치는 것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 전총장의 부인 박모씨(60)는 국방부 수사결과 진급사례비조로 공군준장 부인 5명으로부터 모두 8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진급비를 저울질하고 억대를 챙긴 김 전총장의 부인 신모씨(54)에 비하면 「조막손」이고,사례비조로 받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사람은 혹시나 했던 『장성보다 그 부인이 힘센 「큰별」』이라는 항간의 우스갯소리가 역시 일각에서는 불분율이었음을 입증시킨 장본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두대장의 부인들은 사실상 별을 달아주고 또 우수수 떨어지게 만든(?) 하급장성들의 또다른 상관으로 행세하면서 군의 명예에 먹칠을 한셈.
그러면 왜 군대사회에서는 일반세계와 달리 안방마님을 통해 뇌물을 집어주는 것일까.
물론 군대사회서도 어떤 경로를 통하든 「뇌물은 물밑에서 오간다」는 철칙을 벗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대개의 장교들은 먼저 부인들끼리의 가정생활이 끈끈히 밀착된 어쩔수 없는 상황이 고질적인 안방 뇌물문화를 심고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명령을 먹고사는 부대에서 일하는 남편에 비해 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인지상정도 한몫을 하고있다는 얘기다.
일단 장교가족들은 소속부대의 위수지역안에 갇혀사는 만큼 대부분의 경조사에는 함께 얼굴을 맞대는 등 친밀도가 높다.
그런데다 무엇보다 군이 계급사회인 까닭에 부인도 자연스레 남편의 계급에 따라 부대밖에서 역할을 부여받는 관행이 버티고 있다.
예컨대 사단장 부인이 주관하는 행사에는 참모장·참모부인들은 남편의 지위에 맞는 역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때문에 부인들은 남편상관 부인의 안방을 들락거리면서 남편의 자리를 봐달라고 뒷돈을 밀어넣고 눈도장을 찍기 일쑤다.
심지어 김치를 할때도 으레 무더기로 동원되며 아버지의 지위가 아들에게까지 굴레를 씌운다는게 하급장교들의 푸념이다.
특히 매년 6월과 12월(현재 4월,10월)에 실시되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상관부인의 위세는 극에 달해 안방은 연일 장사진을 이룰 수 밖에 없다.
현행 진급심사제도에는 부대장의 인사고과가 곧 진급과 탈락을 가르는 잣대인 탓이다.
나아가 부대장부인도 남편의 인사고과를 매기는 상관부인의 안방을 드나드는 등 안방마님간의 거대한 위계사슬구조가 인사곰팡이의 모태가 되어 있다.
특히 고위장성인사에는 부인들의 대학교 간판도 안방커넥션에 끼어든다.
김 전총장의 예에서도 드러나듯 지방의 H대 약대를 나온 부인 신씨주변에는 역시 이 대학을 나온 후배부인들이 하나의 「사조직」으로 포진,인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군인사회에는 미국의 풍습이 일찍부터 들어와 부부쌍쌍 파티가 많은 등 부인들의 역할이 강조되게 마련이고,사관학교시절 그룹미팅을 통해 E대·S대 등과 결혼을 많이해 부인들 사이의 학교관계가 이러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는 것. 일선장교들은 바로 이 계급화된 안방문화의 고리를 끊는 것이 바로 인사비리를 도려내는 척도라고 입을 모은다.<오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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