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보는 YS개혁/“잘한다”면서도 인기치중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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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젠 입법·제도화로 틀 잡을때”/이동근의원 구속엔 섭섭함도
민주당의원들은 「옛친구」 김영삼대통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허를 찌르는 그의 개혁추진에 입을 다물지 못한채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야당의원 구속에 야속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헤어진 친구에 대한 사랑과 얄미움이 어우러져 있는 꼴이다.
○…군인사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주말저녁 시내 한 음식점에서 민자당의 몇몇 민정계의원들과 민주당중진의원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김영삼대통령의 개혁바람으로 옮아갔다. 김대중전민주당대표의 핵심측근이었던 이 야당 중진의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이 군에까지 칼을 들이대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김 대통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일 김대중전대표가 당선됐다면 오히려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에 대한 야당측의 느낌을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이기택대표도 YS 개혁을 거론할 때면 놀랍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지난 15일의 부산 가야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고향선배이자 정치 선배인 김 대통령이 벌이는 개혁 추진에 자못 놀라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정치 현안들을 인기에 영합하면서 정치곡예를 벌이고 있는데 또한번 놀라고 있다』며 법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요구했다.
○“군까지도… ”깜짝
그러나 일부에서는 「선개혁 후제도마련」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즉 제도마련에 매달리다 보면 자연히 실기하게되고 개혁의 열매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소장의원은 『요즘 민자당 일각에서 「DJ가 집권했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재산공개에서도 보았듯 YS특유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대통령의 개혁추진방식에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조세형최고위원은 『김 대통령이 군등 종전의 성역을 인정하지 않고 과감히 수술하고 있는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너무 인기에만 영합하다 보면 한계효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법과 제도를 통해 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여론정치는 좋으나 인기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아르헨티나의 페론대통령도 인기에만 의존하다 결국 문민독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홍사덕의원은 『현재의 개혁이 으레 정권초기에 있어왔던 일과성의 것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철학이 불어 넣어져야 한다. 그래야 비틀거리지 않고 나갈 수 있다』고 철학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원칙 흐려선 안돼
특히 야당 의원들이 놀라면서도 많은 우려를 갖고 있는 대목은 군부 사정이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절대 명분과 원칙이 흐려져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장영달의원 같은 이는 『국민의 박수소리가 우렁찰때는 다소의 예외가 인정돼도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소리가 엷어지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YS에게 박수를 치는 사람가운데 대선때 표를 찍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들의 지지는 언제 어떻게 돌아설지 모른다. 이런 이유등으로 속도조절론을 펴는 의원들도 있다.
재야출신의 제정구의원은 『지금까지 김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개혁스케줄없이 허둥대는 것같아 불안한 느낌이 없지않다』며 『아울러 얼어붙은 경제·사회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비해 김 대통령곁에서 한때 야당생활을 했던 박일의원은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륜이 몸에 밴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미 목표지점이 설정돼 있고 개혁의 속도조절도 할줄 안다는 주장이다.
○속도조절 제기도
『김 대통령은 앞을 내다 볼줄 아는 정치인이다. 민추협시절 신당(신민당)돌풍과 민한당 붕괴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으나 얼마후 현실로 나타났다. 그분은 한섬 짐질 사람에게 두섬 짐을 지게하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이 김 대통령에 대해 느끼는 또 다른 감정은 얄미움이다. 처음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적 개혁추진에 대한 일종의 시기심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야당의 입지가 좁아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를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동근의원이 전격 구속되자 너나 없이 야속한 심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함께 야당을 했으면서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의원구속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에서는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기택대표는 28일 황인성총리와 함께 인사차 들른 김덕룡정무1장관에게 이 의원에 대한 선처를 요망하면서 유난히 어려웠던 옛날을 상기시켰다.
그는 『김 의원이 야당을 잘 아니 원만히 처리해 달라. 김 대통령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느냐』고 섭섭하다는 뜻을 내비쳤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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