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자주’ 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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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이 되면 항상 건강은 뒷전이다. 그나마 챙기는 건강도 시험 준비를 위해 체력을 보강하는 정도. 그러다 보니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불규칙한 식사로 두뇌와 신체가 혹사당하고,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병약한 몸이 된다. 일생에서 가장 젊고 튼튼한 시기에 입시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신체 건강이 이럴진대 입안의 형편은 어떠할까. 입시 때문에 치아 건강을 잠시 미뤄도 될 것인가. 수험생의 연령은 18세 전후다. 이때는 사랑니의 발육이 가장 왕성한 시절이다. 많은 수험생이 사랑니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랑니가 자라는 위치는 어금니 뒤쪽이다. 따라서 잘 보이지도 않고, 치료 기구조차 접근하기 쉽지 않다.

자연히 칫솔질로도 잘 닦기지 않아 충치 유발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사랑니가 삐딱하게 누워 어금니를 밀어내기도 한다. 이 경우 치통은 물론 두통·안면통증과 같은 연관통을 유발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학습 능률을 저하시킨다.

 수험생에게 스트레스는 치아건강에 또 다른 복병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약해지는 데다 침샘이 말라 구강내 세균이 번식할 좋은 환경을 만든다. 구취와 함께 충치나 잇몸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청소년기 잇몸 염증은 장년층과 다르게 진행된다. 장년층은 광범위하게 잇몸 파괴가 나타나지만 청소년은 개인의 구조적 차이에 따라 어금니 안쪽과 같은 특정 부위의 국소적인 잇몸 종창과 작은 자극에도 출혈을 보인다. 작은 자극에도 쉬이 잇몸 출혈을 보인다.

 이러한 잇몸 염증은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을 불러들인다. 특히 문제의 잇몸에서 생성되는 염증성 세포활성물질(사이토카인)이 신체 다른 장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치아 건강이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쉴틈 없이 돌아가는 수험생이 치아건강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수칙은 무엇일까.
자주 이를 닦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를 자주 닦는 것보다 올바로 닦는 것을 익혀야 한다.

 치과에 가면 이를 제대로 닦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플라크 착색제라는 것이다. 평소대로 칫솔질을 한 뒤 알약 형태 또는 액체 상태의 착색제를 도포하면 치아에 남아 있는 세균성 플라그가 빨갛게 염색된다. 이렇게 해서 칫솔질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이 닦는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아에 부착된 세균은 48시간이 지나서 치아를 부식시키기 시작한다. 따라서 하루 두 차례만이라도 꼼꼼히 정확하게 칫솔질을 하면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 사랑니를 관리하는 것이다. 치과에서 간단한 X선 촬영으로 사랑니의 위치와 발육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염증치료를 한다. 사랑니는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만일 사랑니가 누워 옆 어금니를 밀어낸다거나 통증을 유발한다면 발치의 조건에 해당되지만 가지런히 잘 자라고 있는 사랑니는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다.

 칫솔질은 아침·저녁 하루 두 차례만으로도 족하다. 먼저 ‘치과 가기’를 통해 사랑니 다스리기와 제대로 이 닦기를 실천하면 수험생 치아 건강 챙기기의 절반은 달성된다.

박영국 경희대 치대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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