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흑인 여성모델 “스타일”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요즘 미국 패션계는 두 흑인 여성모델이 각자의 사활을 걸고 벌이고 있는 치열한 설전으로 떠들썩하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23)과 모델계의신인 타이라 뱅크스(19). 이달초 캠벨은 뱅크스가 패션쇼 무대에서 자신을 모방하고 있다며 공개적인 비난에 나서 전 패션계를 아연 긴장시켰다.
캠벨은 뱅크스가 자신의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은 물론 신비감을 주기위해 입술을 내미는 그의 유명한 표정연기까지 완벽하게 흉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션쇼에 한 번 얼굴을 내미는 대가로 1만5전달러(약1천2백만원)를 받는 캠벨은 흑인여성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미 패선계의 슈퍼모델. 지난해엔 흑인으로선 최초로 백인취향의 보수적인 패선지「보그」의 유럽판 표지에 오르는 등 모델로서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캠벨의 4년 후배 뱅크스는 지난해 파리의 의상쇼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단일 시즌에서 25차례나 무대에 오르는 기록을 세운 패션계의 검은 신성.
그러나 뱅크스는 데뷔 당시부터 캠벨을 쏙 빼닮은 신인으로 소개되며 구설수에 올라 대선배 캠벨의 신경을 거스르더니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칼 라저팰트의 정기 패션쇼에서는 캠벨과 뱅크스가 정면충돌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를 모방한」후배를 본 캠벨은 라저펠트에게 뱅크스와 나, 둘중 하나만 선택하라』며 뱅크스가 파리를 떠나기 전엔 무대에 절대 오를 수 없다」고집을 피웠다.
이 일로 둘 사이엔 메우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생겼다. 뱅크스는 귀국 후 곧바로 캠벨과 자신이 함께 소속돼 있던 에이전시를 탈퇴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아나서 캠벨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뱅크스는 뉴욕에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나는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캠벨의 복제품이라는 주위의 공격에 맞섰다. <강찬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