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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개혁 중간평가 “합격”/민자 보선3곳 압승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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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지지확실” 속도 가속화 민자/야성부각 실패… 자생력 위기 민주
민자당의 3개지역 석권으로 막을 내린 4·23 보선은 개혁정책을 더욱 활기있게 추진하게끔 민자당과 새정부에 힘을 준 반면 민주당에는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이번 선거는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여야 각 정당과 후보들이 한결같이 「YS개혁」을 심판대에 올려 지지와 견제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의 완승은 곧 새정부의 개혁정책을 검증한 의미가 있다.
물론 일부지역의 민의가 국민 전체의 지지를 대변한다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 민자당측이 패배했을 경우 입게될 김 대통령의 개혁흠집을 상정해볼때 3개지역 승리는 민자당과 정부로선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승리를 자신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해석할게 거의 틀림없다. 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더욱 단단해질 가능성이 높다.
○재야도 여와 호흡주목
보선을 통해 등장한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아도 개혁의 가속을 예감케한다. 광명의 손학규당선자는 과거 여권에서는 기대할수 없었던 진보이론가로서 정치권 물갈이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그의 이력에서 보듯 손 당선자는 정치개혁의 아이디어맨으로,실천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선거운동과정에서 그로 인해 재야운동권이 대거 집권여당의 공조직에 호흡을 맞춘 것은 주목할만한 새로운 현상이다.
강경식당선자는 일관성있게 금융실명제실시를 주장해온 정통경제관료출신으로 발상과 추진력에서 개혁정책에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웅당선자는 젊은 상도동 가신으로 대통령의 손발로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갓 출범한 이기택체제의 지도력에 거의 결정타나 다름없는 타격을 받게됐다. 김 대통령 아성인 부산에서의 패배는 그렇다치더라도 지난 대선때 야당후보가 승리했던 야도 광명에서까지 고배를 마셔 할말이 없어졌다. 부산지역도 투표내용을 들여다볼때 동래갑은 민자당후보의 4분의 1득표에도 못미쳤고 사하에선 김정길후보가 간신히 2위에 그치면서 엄청난 표차를 보이는 수모를 겪었다.
야성을 살리지 못한게 민주당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부·여당의 개혁 달음박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무책·무기력이 패배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전략면에서도 후보자선정에서부터 쟁점도출에 이르기까지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드는데 거의 실패했다.
○이 대표 리더십 큰상처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당장 지도부의 책임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다. 이기택대표의 리더십 자체가 회의와 비판의 대상이 될것이다. 아울러 거세게 붙고 있는 개혁바람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정리 또한 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일부에선 『차라리 정부의 개혁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할 정도다.
신정당 김동주대변인이 『야당은 마침내 그 존립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 논평에 민주당측은 거의 할말을 잃고 있다.
비록 군소정당의 충고이기는 하지만 『여당보다 도덕적 명분을 선점하고 개혁에 앞서가지 않는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존재 의의가 없다』『국민여망과 역사추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사과할 것은 사과,청산할 것은 청산하여 국민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서야 할것』이라는 주문은 민주당안팎에 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여당이 계속 개혁의 주도권을 잡고 여론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돌이켜볼때 민주당이 구태를 벗고 거듭 태어나지 않을 경우 자생력은 한계상황에 이를 것이 명약관화하다. 당장 오는 6월 다시 있을 보선도 장담할 수 없다. 또다시 패배할 경우 내부 책임론 정도가 아니라 당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이 될지 모른다.
○“일처럼 되는것 아니냐”
여야 일각에서 일본 자민당과 같은 형태로 민자당이 비대해지고 여당 내부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상황도 배제할수 없는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예사가 아니다.
이렇게 볼때 이번 선거로 민자당이 얻은 전리품의 크기에 비해 민주당이 잃고 상처입은 아픔은 훨씬 크다고 볼수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공정한 분위기속에 질서있고 차분하게 치러졌다는 점에서 달리 시비걸 여지가 없다. 공명선거풍토를 정착시킬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점에서 우리 선거사에 또하나의 획으로 기록될지 모르기 때문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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