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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이상한 역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 하이라이트8>
○ . 이창호 9단(왕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장면도(184~192)=바둑은 손으로 하는 대화라 하여 수담(手談)이라고도 하고, 흑과 백의 어우러짐이 검은 까마귀와 하얀 이슬 같다 하여 오로(烏露)라고도 한다. 신선들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가 도끼 썩는 줄 몰랐던 고사에서 따온 난가(爛柯:썩은 도끼)라는 별칭도 있다. 바둑을 향유하는 여유와 풍류, 아취가 느껴지는 이름들이다.

바둑이 승부로 변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바둑의 비극(?)일 수 있다. 대청마루나 대숲 곁에서, 또는 동네의 정자에서 바둑을 두던 풍경은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바둑은 이윽고 '구경하는 스포츠'로 변하고 말지도 모른다.

이 판은 지금 마지막 1분 초읽기 속에서 무서운 거래가 오가고 있다. 흑?로 몰았는데 백은 이을 수 없다. '참고도'처럼 이었다가는 흑2를 당하는 순간 백 석 점이 떨어진다. 이창호 9단은 황급히(?) 184쪽을 연결했고 흑의 윤준상 6단은 185,187로 빵빵 따낸다. 일견 흑이 기세를 올리는 모습인데 그렇다면 흑이 수를 성공시킨 것인가. 답은 '아니오'라는 데 이 장면의 묘미가 담겨 있다.

우선 흑은 187로 따냈으나 188로 연결해 백의 주력은 5집 언저리의 상처만 입고 연결됐다. 대신 흑은 186을 당한 여파로 190으로 두 점을 내줘야 했다. 중요한 점은 귀중한 선수가 백에 넘어가 194의 큰 끝내기(7집 강)를 당했다는 것. 그 와중에 191도 실수여서(192 자리가 정수) 1집 이상 손해를 봤다. 수는 흑이 냈으나 형세는 백 우세로 뒤집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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