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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다시 지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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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객 2000여 명에 대출 총액 25억원 정도의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L(45) 사장은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잔다. 9월부터 대부업 이자율 상한선이 연 49%로 내려가면 영업을 그만둬야 할지, 아니면 불법으로라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서다. 그는 “현재 평균 대출금리가 연 64%인데 49%로 내리면 도저히 영업할 수 없다”며 “수익은커녕 11명 직원 월급도 못 준다”고 주장했다.

 대부업체의 이자 상한선을 현재의 연 66%에서 49%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지하 시장으로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 49%의 이자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5일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가 홈페이지(www.kcfu.or.kr)에서 실시 중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10곳 중 4곳은 법이 시행되면 대부업 등록을 취소하거나 법정 이자율을 지키지 않고 영업하겠다고 응답했다. 대부협회는 7일부터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며 25일 현재 298명(개인·법인 대부업자)이 응답했다. 이 중 84명(28.2%)이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했으며 99명(33.2%)은 “이자율을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자율을 준수하며 영업을 하겠다”는 115명(38.6%)에 불과했다.

 현재 전국의 시·도에 등록한 대부업체는 1만7000여 개로 미등록 업체를 포함하면 4만여 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000여 개만이 법인 형태고 나머지는 대부분 이른바 ‘일수 아줌마’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다. 대부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자금조달 이자를 비롯한 원가구조로 볼 때 49%로는 도저히 영업할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법을 지켜 가며 영업해 온 다수의 사업자를 범법자로 만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등록 대부업자는 적발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처벌을 받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생활경제과 이광수 팀장은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6000여 개”라며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4명에 불과해 적극적인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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