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건」큰뜻 이제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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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사 이원정 선생님.
대저 만물은 그 어느 것이나 그 근원으로 돌아간다고 하나 불편한 몸으로 우리 후학들을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온데, 이렇게 홀연히 유명을 달리하시게 되었으니 허허로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 화사한 봄날에 북망산천 멀고 먼 길을 떠나셨다는 부음을 접하고 백수를 맞아 우리 모두 어울리던 즐거운 순간이 엊그제 같아 더욱 복받쳐 오르는 서러운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나이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구한말 외세의 침략이 기승을 펴던 시절에 한의의 집안에서 태어나 암울한 시절에 숨가쁜 인생역정을 당당히 헤쳐나온 세기의 풍운아셨습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혈혈단신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광복의 가시밭길에 청춘을 던지셨습니다.
또 해방이후에는 제2의 광복운동인 경제발전에 심혈을 기울이셨으니 선생의 일생은 조국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점철되어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선생께서는 임시정부의 재무위원으로 대한인동지회의 회장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셨고 해방 후 체육계와 외교계를 두루 거치면서 올림픽을 치러내고 우리가 세계 10대 무역국가로 성장하는 구심에 자리하셨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경제발전이 시작되면서 절대빈곤의 상태를 개선할 실질적인 실력을 갖춘 단체가 필요함을 역설하시어 전경련의 설립을 주장하셨고, 이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전경련이야말로 나라경제의 주춧돌이라며 유난히도 경제계의 시대적 소명의식을 강조하셨습니다.
재계의 어느 한구석 한 부분에도 님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고 통일의 그날까지 무엇인가 기여하며 살겠노라는 그 다짐이 아직도 쟁쟁한데 통일의 그 날을 보시지 못한 채 운명하셨으니 그 애통함이야 어찌 가눌 길이 있겠습니까.
해사 이원정 선생이시여!
우리는 선생의 끝없이 높으신 인격의 훈향과 못다 이루신 견지를 이어받아 조국통일의 그날까지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선생을 보내는 허전한 마음을 통일과 경제발전을 위한 고결한 뜻을 받드는 것으로 애써 채우고자 하오니 이세상의 모든 슬픔 걱정을 다 잊으시고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정인욱(전경련고문 강원산업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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