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교류 새전기 마련/싱가포르서 민간대표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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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식회담 정례화 필요”공감/투자보장 협정도 주요 의제
중국과 대만간 물밑교류가 이달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민간대표회담을 계기로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국 정부의 권한을 위임,실질적 정부간 접촉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회담은 중국­대만 정부간 공식대화채널이 마련되는 등 일대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여 국내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질적 정부간 접촉
해협 양안사이의 민간교류를 전담해온 대륙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의 왕다오한(왕도함)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구전푸(고진포)이사장의 성을 따 「왕고회담」으로 불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은 민간교류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지난 88년 상호방문을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공식집계로는 50만명,비공식 집계로 1백만명을 넘어서는 인적교류 등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민간교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간 실무협상의 필요성을 양측 모두 충분히 공감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만측으로서는 지난해까지 대대륙에 대한 대만기업의 투자가 이미 45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이고 이들에 대한 법적보호를 북경 당국과 상의하기 위해서도 「실무차원의 협상」을 전제로한 양안 정부간 공식대화채널 개설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만측 적극적 자세
따라서 이번 회담은 양안 정부간 「관도」(채널) 구축과 회담의 「정례화」가 핵심적 의제가 될 것으로 대만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만측은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의 핵심측근으로 전총통부 대변인 출신인 추진이(구진익) 해기회 부이사장을 지난 7일 북경으로 파견,「왕고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경 당국도 중국 공산당 정협상무위원겸 해협회 부회장 탕슈페이(당수비)를 북경 접촉의 대표로 내세우는 등 이번 회담에 대한 정부측 수권범위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미 북경에서 가서명한 양안간 우편물 및 공증서 등에 관한 협정 외에 대만의 대중국 투자기업들에 대한 투자보장협정 등에 관한 정부 레벨협상이 싱가포르 회담의 또 다른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의미 부인
이에 대해 이 총통은 지난달 미 CNN­TV와의 회견에서 『이번 회담은 양안간 실무접촉일뿐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국공간 직접 담판은 아니다』며 정치적 의미부여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예비접촉에서 이미 합의가 도출된 의제 등에 관한 8개항의 공동인식 범위를 넘어선 정치적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대만 당국의 공식입장이다.
이에따라 양안간 통일교류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하나의 중국」원칙 등이 이번 회담에서 거론될 경우 회담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나 북경 예비회담에서 협의된 의제 등에 따라 실무협상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게될 경우 40여년동안 단절됐던 양안 정부간 대화채널이 공식적으로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대북=유광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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