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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소탕" 강경한 미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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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연일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테러세력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의 프랜시스 타운센드 국토안보 보좌관은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군사공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이든 이란이든 목표물이 있으면 우리는 소탕할 것이라는 점을 부시 대통령이 분명히 했다"며 "미국은 탈레반 소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에는 부시 대통령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탈레반 소탕 노력을 지지하며,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한국인 인질사건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바란다는 국무부와 백악관의 의례적인 발표조차 없었다. 미국의 과도한 관심 표명이 피랍자 석방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현지 미군 대변인의 말을 인용,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요청 없이는 피랍자 구출 작전이나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무장세력이 요구하는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방식을 아프간 정부가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납치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납치범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경우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가 5명의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자 "탈레반의 납치 행위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도 지난해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의 여기자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용소에 억류 중이던 이라크 여성 5명을 풀어준 적이 있다. 피랍 미국인들이 잇따라 살해되면서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 때도 1950명을 아프간에 파병한 이탈리아의 조기 철군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협상 막판에 수감자 석방을 눈감아 줬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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