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드러나는 수임료 실태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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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판사·검사와 함께 법조삼륜으로 일컬어지며 「인권을 옹호하며 정의를 구현하는」 변호사에게 「허가받은 ○○」이란 오명이 뒤집어 씌워진 것은 대부분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를 둘러싼 분쟁에서 비롯된다.
검찰의 비리변호사 구속 수사와 공직자 재산공개로 재야법조계의 부도덕·비윤리는 환부의 딱지만을 떼어냈지만 전관예우, 브로커와의 결탁, 치부가 꼬리를 물고 있음이 드러나 『가장 좋은 법률가는 가장 나쁜 이웃』이란 세인의 인식이 과장만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보수실태=대한변호사협회는 83년 「변호사 보수에 관한 규칙」을 제정, 시행해오고 있으나 이규정과 「시세」가 따로 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서초동법조타운에서는 변호사를 1등급에서 8등급으로 나누어 「잘 나가는 변호사」를 구분짓는데 이는 과표기준과 법조계 현실을 근거로 하고있다.
1등급 변호사란 전고등검찰관·단독판사급이상 재조출신 개업 2년이내 변호사로 소위 전관예우를 기대할수 있는 사람들을 일컬으며 보수기준 상한에 구애받지 않는 등급이다.
재조출신 변호사는 개업 5년이상이 되면 점차 「시세」가 떨어지면서 2, 3등급을 거처 보수기준 상한에 준하는 보수를 챙기는 4등급으로 자리를 잡으나 재조경력이 없는 연수원출신 변호사는 정반대의 코스를 거친다.
연수원출신 변호사가 갓 개업하면 70세이상 원로급 변호사들과 함께 건당 수임료 1백만원의 과표에 해당하는 8등급으로 출발, 3년이 지나면서 65세이상 70세미만인 7등급 고령변호사보다 한단계 높은 6등급 변호사가 되는 식이다.
과다수임료 사례=형사사건의 수임료는 서울지역 1등급변호사가 형사사건 변협보수기준상한인 건당 1천만원에서 3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물론 억대의 수임료를 챙기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
현재 6등급변호사인 A변호사는 8등급변호사였던 92년당시 1등급변호사인 B변호사가 맡은 구속사건의 복대리인으로 판례검토와 문건작성을 모두 자신이 하고 B변호사는 검찰·법원을 드나들며 얼굴마담 역할만을 했지만 B변호사가 챙긴 수임료는 심급당 3천만원씩 모두 9천만원이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올봄에 개업한 모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노린 의뢰인이 한꺼번에 몰려 한 구치소에서 십여명씩 한꺼번에 접견하는 장면이 목격되고, 부장검사출신 변호사가 개업직후 『한달에 억대가 넘는 돈이 벌려 오히려 이래도 되는건지 겁이 난다』고 실토하는 것이 전관예우를 고려한 수임료 급등실태를 가늠케한다.
심지어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한 수임계약이 판치면서 피고인이 되돌려 받는 보석금을 변호사가 승소사례금으로 챙기는 관행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한 법관들이 보석결정을 주저하게 되는 바람에 법원행정처가 보석보증보험제도를 추진하게 됐다는 현실은 과다수임료 폐해의 일단을 말해준다.
병원사무장등과 연계된 사건브로커와 결탁, 손해배상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앰뷸런스변호사나 수사공무원에게 소개비와 향응을 제공하고 사건을 알선받는 50%변호사등 브로커와 결탁한 변호사중에는 알려지지 않아 사건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연수원출신 변호사들도 다수 끼어있으며 이들은 의뢰인과 연결되는 구조가 복잡한 만큼 커미션폭이 따라서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형사사건의 소득세 과표기준(92년)은 1등급변호사가 겨우 3백7O만원으로 최고였고 2, 3등급은 각 3백만, 2백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형사사건의 과다수임료 문제는 민사사건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법조가의 정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억대에서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이나 수임료를 챙길수 있음이 의원들의 재산공개와 과다수임료분쟁 민사소송등에서 드러나 있음에도 민사사건의 최고과표액은 건당 4백10만원에 불과해 매년 서울변회와 협의를 거친다는 세무당국의 「눈가리고 아옹」식 세무관리가 웃음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가 20억원대의 부동산을 놓고 국가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성공보수등으로 당초 되찾을 부동산의 3분의1을 약정했다 의뢰인과 분쟁을 빚은 L변호사 사건이나 손해배상소송 수임료로 받은 2억원중 1억원을 돌려주라는 서울민사지법의 판결로 드러난 H변호사, 재산공개로 공시지가 3억3천1백만원대의 부동산을 착수금및 승소 사례금으로 받기로한 사실이 밝혀진 C변호사의 사례등은 쉬쉬하며 몇십억원대의 부동산등을 챙기기도 하는 현실에서 의뢰인과의 계약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몇 안되는 예에 불과하다.
원인과 대책=89년 땅값 비싼 서울서초동에 법조타운이 형성되면서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변호사 수임료가 그토록 비싼 이유는 첫째, 변호사가 연간 2백85명선만이 뽑히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가질수 있는 자격을 요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합격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수직적 신분이동 수단으로 꼽히는 이상 기본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배금주의에 물든 의뢰인과 법조인들의 물고 물리는 비윤리와 부조리 사슬이다. 의뢰인이나 개업변호사 양쪽이 전관예우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의뢰하고 수임할 경우 수임료는 당연히 치솟게 마련이고 전관예우 프리미엄이 없는 나머지 변호사들은 「생존」을 위해 사건 브로커와의 결탁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셋째는 변호사 수임계약은 궁지에 몰린 의뢰인이 전문가와 맺는 것인만큼 일정한 사회적 통제수단이 강구돼야 함에도 변호사 스스로는 물론 법원이나 검찰이 「가재는 게편」식의 태도로 수사를 통한 형사처벌이나 자정을 통한 징계가 소홀했다.
여기에 세무당국의 형편없이 허술한 세무관리가 일부변호사의 부도덕한 치부를 부추겼다.
소송으로 인한 이득가액의 40%까지를 합법적으로 얻도록 허용, 민사사건 한건으로 엄청난 치부를 할수 있는 현행제도의 부정의는 변호사법및 변협보수기준 개정으로 개선돼야만하며 전관예우의 병폐도 재조및 재야법조계의 각성과 향응및 뇌물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정한 감시로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 법조계에 부여된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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