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귀가 “경찰이 모셔다 드립니다”/서울 마천동∼하남시 경계지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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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무리 늦은 시간에도 대문앞까지/손꼽히던 우범지대 “마음놓고 통행”
「한밤중 귀갓길 경찰이 동행해 드립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시국치안에 치중하던 경찰이 본연의 임무인 민생치안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으슥한 밤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을 안전하게 바래다주는 경찰초소가 설치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경찰초소는 서울경찰청 제2기동대(대장 황일규총경)가 서울 송파구 마천2동에 마련한 「귀가동행 상담소」.
이곳은 마천2동과 경기도 하남시 감2동 늘문리 마을간 경계지역으로 평소 늘문리 주민 5백여명이 버스종점에서 마을까지 가로등도 없는 밤길 1.5㎞를 걸어 귀가하다 수시로 금품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하는 서울 변두리 지역의 대표적인 우범지역. 또 인근 남한산성과 천마공원을 무대로 한 불량배들이 몰려들어 본드를 흡입하고 성폭행 등 각종 강력범죄를 서슴지 않아 주민들은 아예 해가 진 이후에는 통행을 삼갈 정도로 치안수요가 많았던 곳이었다.
주민들의 이같은 사정을 안 경찰이 귀가동행 초소를 설치하고 경찰관·의경 등 15명을 배치,매일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방범순찰을 돌면서 2인 1조로 「주민 안전귀가팀」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 컨테이너 박스로 급조한 초소옆에 「부녀자,노약자,귀중품 또는 현금을 많이 소지하신 분들을 댁에까지 바래다 드립니다」라고 쓴 대형 안내판을 세워 놓았으나 처음 며칠간 주민들은 『경찰이 설마 30여분 걸리는 거리를 동행해 주겠느냐』며 이용을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경찰관들이 아무리 늦은 시간이더라도 집앞까지 데려다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최근들어선 매일밤 평균 20여명의 주민들이 그동안 불안에 떨며 다녀야 했던 어두운 비포장길을 믿음직한 경찰관과 말동무해 가며 귀갓길에 오르고 있다.
주민 김재수씨(47·농업)는 『그동안은 딸아이의 귀가시간이 늦어지면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가거나 아예 서울 친척집 등에서 자고 오라고 했다』면서 『빠른 시일내 주민들도 자율방범대를 조직해 경찰관들과 함께 귀가동행활동을 펴기로 했다』며 경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이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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