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우경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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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우경(27ㆍ드레스덴 젬퍼 오퍼 주역 가수)씨가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데뷔했다. 9일 막이 오른‘리골레토’에서 만토바 공작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김씨의 ‘리골레토’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김씨는 21일까지 6회 공연에 출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레나토 팔룸보가 지휘, 데이비드 맥비카가 연출, 마이클 베일이 무대미술, 타냐 맥컬린이 의상 디자인을 맡았으며 리골레토 역에 바리톤 프란츠 그룬트헤버, 질다 역에 소프라노 파트리지아 치오피, 스파라푸칠레 역에 베이스 라이몬드 아체토, 맛달레나 역에 메조소프라노 야나 시코로바 등이 출연했다.

한양대 성악과와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 2002년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쿠르 1위에 입상했다.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1위에 입상했다.

김우경씨가 출연하는 ‘리골레토’공연은 21일까지 계속된다.

연출가 맥비카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태생으로 TV에서 잉그마르 버그만이 연출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처음 오페라를 접했다. 연극ㆍ뮤지컬ㆍ오페라를 넘나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온 그는 1993년 모차르트로 오페라계에 데뷔했다. 이번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의 ‘리골레토’는 2001년에 첫선을 보인 프로덕션이다. 이듬해 올리버상을 수상했다.

맥비카는 그동안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글라인데본 오페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브뤼셀 라모네 극장 등에서 구노‘파우스트’, 오펜바흐‘호프만의 이야기’, 베르디‘맥베스’, 비제‘카르멘’, 모차르트‘돈조반니’‘티토왕의 자비’, 푸치니‘토스카’‘라보엠’, R 슈트라우스‘장미의 기사’등을 연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독일 뮌헨 슈타츠오퍼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중 타미노 역, 올 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4월 베를린 도이체 오퍼에서 베르디‘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으로 데뷔했다.

맥비카에 따르면 ‘리골레토’만큼 인간에 대한 비관론을 담고 있는 작품은 없다고 한다. 궁정 광대 리골레토는 원작에서는 곱추로 나오지만 여기서는 인공 척추를 달고 목발을 짚고 나온다. 왕이 사는 궁정, 평민이 사는 세상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궁정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하지만 궁정과 세상은 그리 먼 곳이 아니다. 맥비카는 회전 무대를 통해 이 둘이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리골레토’는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하는 ‘성난 오페라’다. 정치적, 사회적, 신체적 불의에 대한 저항이다. 요즘엔 빈부 격차말고도 외모에 따른 격차도 심각하다. 수퍼모델, 글레머, 연예인을 좋아한다. 성형수술도 다반사다. 2001년 공연 때 만토바 공작을 돈과 권력에다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춘 인물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를 캐스팅했다.

침침한 무대를 통해 인간 실존의 처절함을 드러내려고 했던 맥비카의 연출을 사진으로나마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사실적으로 그린 18세기 궁정 회화 같은 느낌마저 준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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