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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진짜 속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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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명의 한국인 인질을 잡고 있는 탈레반의 요구 사항이 바뀌면서 그들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피랍 사실이 처음 알려진 20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을 21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까지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통첩했다.

그러나 21일 오후 2시30분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군을 연말까지 철수시킬 계획임을 밝히자 탈레반은 한국 정부의 철군 계획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어 억류 중인 한국인 인질과 아프간 정부에 붙잡힌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맞교환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한국의 대통령까지 나서 연내 철군 계획을 확인하자 자신들의 대의명분은 충족됐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된 현실적인 요구 사항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요구 사항 변화는 4개월 전에 있었던 이탈리아 마스트로자코모 기자의 납치 때와 유사하다.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이탈리아군 병력 철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군의 탈레반 공격 중지 ▶카불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탈레반 대변인을 포함한 동료 3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는 동료 석방이 가장 중요한 조건임을 시사했고, 결국 원하던 바를 얻어냈다.

두 사건 모두 납치 초기엔 외국 군대 철수라는 대의명분을 강조했지만, 상대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보다 현실적인 요구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납치 목적이 처음부터 조직원 석방에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추후 협상에서 금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레반이 기존 납치 사건에서 이탈리아.독일.프랑스.인도 등에 공개적으로 보상금을 요구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 단체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탈레반은 2002년 미국 등 서방 동맹군의 공격으로 정권이 붕괴된 이후 아프간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산발적인 투쟁을 전개해 명확하고 일사불란한 지휘계통이 없다. 아프간에 반미 정서가 확산되면서 과거 탈레반과 일정한 거리를 뒀던 군벌이나 양귀비 재배 지주들도 속속 탈레반에 동조하고 있다.

서방 기독교 세력에 맞서 이슬람의 성지를 지킨다는 지하드 의식은 이들의 연대를 한층 공고하게 해준다. 한국 기독교인들을 납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런 민심을 활용해 납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또 헬만드주와 같이 주민 대부분이 양귀비 재배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은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탈레반 활동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이처럼 범탈레반으로 분류되더라도 지역이나 세력별로 이념.성향 등에서 차이가 있고, 일부는 알카에다 계열도 있다. 따라서 한국인을 납치한 세력이 또 다른 무장단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한국인.독일인을 납치한 세력의 진짜 대변인이 맞는지 불확실하다.

아마디가 21일 처형했다고 밝힌 독일인에 대해 자베울라흐 무자히드라는 다른 대변인은 "탈레반은 독일인 납치에 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혀 독일 정부가 혼란스러워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 일요판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아마디는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 인질 납치라는 상황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낙연 기자

◆탈레반=1996년부터 2001년 미국이 이끄는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몰락하기 전까지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상당 부분을 통치한 이슬람 무장세력이다.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집권 당시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금지했고 범죄자들을 공개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자행했으며, 고대 불교문화 유적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현재 미군과 나토군의 거듭된 공격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남부와 동부에서는 과거의 세력을 회복했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납치된 곳도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남부 가즈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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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 요구" → "동료 석방" 한번 통하자 되풀이 #4개월 전 이탈리아 기자 피랍 때와 비슷 #'명분' 내세운 뒤 '실리 챙기기' 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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