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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인질 협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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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탈레반의 외국인 납치에 대응하는 각국의 인질 구출 노력도 다양하다.

이탈리아는 3월 5일 탈레반이 자국 일간지 기자 등을 납치하자 협상에 나섰다. 탈레반은 이탈리아군 철수와 탈레반 반군 석방 등을 요구했다. 탈레반은 함께 납치된 운전기사를 처형하며 이탈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5명의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도록 요청해 실현시켰다. 또 탈레반에 200만 달러(약 18억원)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2주 뒤 기자를 풀어줬다. 미국 국무부는 "테러리스트에게 양보하는 것은 미군과 나토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4월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두 명의 프랑스인을 납치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죄수 석방은 없다"고 미리 못 박았다. 프랑스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여성 인질을 먼저 석방시킬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탈레반은 나머지 인질 석방 조건으로 1000여 명의 프랑스군 철군을 내걸었다. 당시 대통령 당선자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아프간에서 철군할 수 있다"고 밝혀 인질 석방을 이끌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대통령 당선 뒤 "아프간 재건과 아프간 군 훈련을 위해 프랑스군의 아프간 주둔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말을 바꿨다.

독일은 원칙을 고수했다. 탈레반은 18일 아프간 남부에서 독일인 기술자 두 명을 납치했다. 탈레반은 3000여 명의 독일군 철수를 요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며 철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독일이 철군을 거부한 만큼 21일 독일 인질 두 명을 총살했다"고 밝혔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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