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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못말려」유머집 나온다/대통령 소재 우스개 내주 첫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오른팔」이라고 자칭하는 사람 불러 “니 내가 왼손잡인거 아나”/자장면집서 정주영씨가 얻어맞을 각오로 단무지 먹어버리자…
『YS의 일급 참보인 차남 현철.
YS의 남다른 총애를 받고있다는 소문을 듣고 전직 고관이 그를 찾아왔다.
「후배님,저는 후배님의 고등학교 30년 선배이긴 하지만…」하면서 현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현철이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러시면 안됩니다. 편히 앉으십시오.」「저는 디스크가 있어서 꿇어앉는게 더 편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YS가 진노했다.
「디스크면 누워서 치료를 받아야지,당장 집에 가서 누워있으라고 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유머집이 다음주 서점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과연 사회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도서출판 미래사(대표 김준묵)가 기획하고 개그작가 장덕균씨(27)가 집필한 『YS는 못말려』라는 제목의 이 유머집은 그동안 구전으로만 허용되던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공식화 했다는 점에서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달라져가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지난 80년대 중반 『콜수상의 웃음』이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돼 선보인 이후 통치권자에 대한 유머는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많이 떠돌았으나 이처럼 책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YS는 못말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영삼대통령을 희화한 것이나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현실을 풍자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과거 권위주의 억압에 시달려온 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자기가 YS의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심기가 불편해진 YS가 그중 한사람을 불러들였다.
「니가 내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닌다지.」
그는 몹시 민망한듯 얼굴이 빨개져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 그게 아니구요,저기….」 그러자 YS가 딱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아니다. 니 내 오른팔인거 맞다」고 하자 대번에 그의 얼굴이 환해졌는데,「근데 니,내가 왼손잡인거 아나.」』
권력이라면 사족 못쓰고 달려드는 불나방같은 사람들을 비꼬는 이야기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는 계속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빗댄 이야기도 있다.
『YS와 정주영이 선심관광을 따라나섰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르르 중국집으로 몰려갔다. 자장면이 나오는 동안 단무지를 집어먹던 YS와 정주영은 마지막으로 한개가 남자 열띤 신경전을 벌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 YS가 다부지게 제안했다.
「니,맞고 먹을래 아니면 내가 먹을까.」
「때려 봐라. 난 맞더라도 먹는다.」
정주영은 실컷 얻어터지면서도 단무지를 씹어먹었다. 신나게 두들겨패던 손을 털고 자리에 앉으며 카운터를 향해 소리치는 YS의 말에 정주영은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아줌마,여기 단무지 하나 추가요.」』
김종필민자당대표와의 관계도 숙제로 남아있다.
「민자당 내분이 한창일때 두 실력자 YS와 김종필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교외로 나갔다. 파워게임이 극에 달했을 때라 두사람은 정신이 없었다.
한참 운전을 하고있는 김종필에게 YS는 불현듯 말했다.
「아니,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그러자 김종필이 깜짝놀라며 말했다.
「아니,언제 탔어요.」』
이 책을 기획한 미래사대표 김씨는 『YS와 관련한 단순한 우스갯 소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불고있는 새로운 바람에 대해 정치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로 편집했다』며 『김영삼대통령에게도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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