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파병에 유의할 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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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유엔의 제2차 소말리아 평화유지활동(UNOSOMⅡ)을 지원키 위해 2백50명의 공병건설대를 1년간 파견키로 결정하고 7일 유엔에 통보했다. 유엔이 이를 받아들여 우리 정부에 파병을 요청하면 국회동의를 거쳐 실제파병이 이뤄지게 된다. 유엔은 그동안 우리측에 파병을 교섭해왔고 여·야당이 소말리아 파병에 이미 동의의 뜻을 표한바 있어 정부계획대로 6월 파병이 실현될 것 같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정부수립이래 세번째의 해외파병을 맞게된다.
제1차 파병은 60년대의 월남전쟁때다. 당시 우리는 냉전체제 아래서 국제반공진영에 가담해 있으면서 공산군으로부터 남부월남을 지키기 위해 전투부대와 공병·의료·수송대 등을 참전시켰다. 미국의 요청도 있었지만 공업화 초기에 놓여있었던 우리의 국가이익과 냉전체제 하에서의 상황적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참전했던 것이다. 2차파병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1년의 걸프전쟁 때였다. 당시 유엔결의에 따라 미국 주도하에 다국적군이 결성됐을때 우리는 의료부대를 보냈다. 참전명분은 침략의 반대와 석유공급 질서의 안전보장에 있었다.
6·25때 유엔의 지원으로 주권과 체제를 지킬 수 있었던 우리가 유엔의 깃발 아래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소말리아 파병이 처음이다. 이번 파병은 무정부 상태에 있는 소말리아의 폐허를 회복하는 평화와 인도에 명분을 걸고있다.
소말리아는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고 국가간 이해관계도 매우 적은 나라다. 이번 파병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도 거의 없다. 그 때문에 파병에 의아해하는 여론도 없지않다. 그러나 우리가 유엔회원국으로 유엔의 정신과 방침에 따라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국제적 의무사항이다. 더구나 소말리아는 무질서와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다. 국제적인 의무이행과 평화·인도란 명분은 그 자체가 충분한 파병이유가 된다. 국가가 도덕적인 명분을 외면한채 직접적인 국익만 추구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거나 위신을 세우기 어렵다. 따라서 소말리아 파병은 도덕적으로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선택이라 보면서 우선 두가지를 당부코자 한다.
첫째는 파병부대의 자위장치를 충분히 갖추라는 것이다. 비록 비전투 공병부대라고 하지만 군대는 언제 어디서나 공격을 막아낼 방어수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소말리아의 상황에서 무력행사의 필요성은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파병요원은 충분한 전투기술과 자위장비를 갖춰야 한다.
둘째는 소말리아 지원에 최선을 다해 국제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장병 개개인의 처신은 물론 부대단위로서도 여건과 능력의 범위안에서 고난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국제사회에서 칭찬받는 군대,존경받는 민족이 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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