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POLL] 한나라당 경선, 호남이 캐스팅보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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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2면

한나라당 대선 경선은 빅2의 출신지역이 동일하고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을 지냈기 때문에 ‘신지역주의’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 지역주의가 후보 출신지역을 기준으로 영남과 호남·충청 등 지방끼리의 대결이었다면, 새로운 지역주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정기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선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이명박 후보가 여전히 앞서고 있다. 서울의 이-박 지지율은 5월 46.1% 대 17.5%, 6월 40.1% 대 15.6%로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가 7월 조사에선 37.4% 대 20.6%로 좁혀졌다. 인천·경기에서도 이 후보가 박 후보를 43.9% 대 26.3%로 앞섰다. 대구·경북에선 박근혜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만 해도 박 후보는 32.7% 대 47.0%로 이 후보에게 뒤졌다. 그러나 6월에 32.0% 대 39.0%로 추격했고, 7월엔 43.2% 대 27.2%로 앞서고 있다.

대세론과 검증 공방을 거치면서 지지율 조정이 있었지만, 결국 수도권(서울·경기)에선 이명박 후보, TK(대구·경북)에선 박근혜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 등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현재의 지지율과 격차가 경선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토대로 인천·경기는 서울, 부산·울산·경남은 대구·경북의 여론 흐름을 시차적으로 따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남는 지역은 호남과 충청뿐이다.

충청은 두 후보가 비슷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호남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지지후보를 거의 정해놓고 있는 데 비해 호남만 부동지역으로 남아 있다. 호남은 7월 중순 현재 이 후보가 우세한 편이다(이명박 19.0%, 박근혜 8.1%). 이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지지 철회 혹은 일시 유보를 통해 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인지는 호남의 이 후보 지지자에게 달려 있다. 또 손학규(14.3%)·정동영(11.5%)·‘지지후보 없음’(39.6%) 유권자들이 경선 여론조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호남 지역민의 지지후보 충성도는 18.3%에 불과하다. 현재의 지지후보를 계속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결국 마음만 먹는다면, 이번 경선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호남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2002년 대선에 이어 다시 전략적 선택을 앞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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