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또 금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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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 인상과 예금 이자소득세율 인하 조치를 동시에 단행했다. 또 개인이 주택을 살 때 이용하는 '주택 공적 기금'의 대출 이자율도 0.09%포인트 인상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예금과 대출 기준금리를 0.27%포인트씩 전격 인상했다. 올 들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6.84%로 올라간다.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국의 연간 물가 억제 목표선(3%)을 돌파했고, 경제가 초고속 질주하자 응급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중앙정부인 국무원도 이날 예금에 대한 이자 소득세율을 현행 20%에서 5%로 대폭 낮춰 다음달 15일 적용키로 했다. 1999년 11월에 부활한 예금 이자 소득세의 세율을 약 8년 만에 인하한 것이다. 예금 금리가 3% 선으로 극히 낮은 상황에서 폭등하는 증시로 예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당국의 잇따른 경기과열 억제 조치로 중국의 내수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지 주목된다.

◆잇따른 억제 조치, 효과는 미지수=인민은행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대출과 투자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3월에 처음 금리를 올린 데 이어 5월에는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 달러에 대한 위안화 하루 변동 폭을 동시에 조정하는 복합 처방을 썼다. 또 대출을 줄이기 위해 은행 지급준비율도 올 들어서만 다섯 차례 올렸다.

그러나 당국의 과열 억제 노력에도 경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19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1.5%였다. 1분기 11.1%에 이어 2분기에는 무려 11.9%를 기록했는데 이는 94년 이후 최고치다.

무엇보다 물가 불안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2개월가량 잡히지 않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 때문에 6월 물가 상승률은 최근 2년 이래 최대치인 4.4%를 기록했다. 상반기 평균 물가 상승률도 연간 억제 목표선을 넘어 3.2%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잇따라 취해 온 물가 안정 조치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고정자산투자도 25.9% 증가했고, 상반기 국제수지 흑자 규모(1125억 달러)는 이미 지난해 총액을 넘어섰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도 이날 3.73% 급등하며 4,058.85로 다시 4000대에 진입했다.

◆한국 경제 영향은=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들로 중국의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경우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날아들 수 있다. 2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둔 한국 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예금이자 소득세율 인하 조치로는 경기과열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도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만큼 국내 증시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과열 기조가 완화되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긴축 처방을 내놓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경우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수출이 줄어들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읽고, 예상되는 추가 과열 억제 조치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에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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