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당시 상황 "탈레반들, 총으로 위협 사막으로 끌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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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국인들은 19일 오후(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남부 도시 칸다하르로 가던 도중 탈레반 무장세력의 표적이 됐다. 한국인들이 납치된 지역은 카불에서 남쪽으로 175㎞ 떨어진 가즈니주 (州)의 카라바그 산악지대다. 아프간 정부와 미군을 대상으로 한 탈레반의 투쟁이 그치지 않는 지역이다.

피랍 한국인들을 태웠던 버스 운전기사는 "탈레반 무장대원 수십 명이 총으로 위협하며 버스를 정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정차 후 버스를 사막으로 몰고 가도록 강요했다"며 "탈레반은 이어 버스를 버리고 탑승자 전원을 내리도록 한 뒤 한 시간가량 걷게 했으며 나만 마을 주민들에게 보내줬다"고 밝혔다.

제마리 바샤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한국인이 매우 부주의하게 전세버스 편으로 위험 지역을 이동하던 중 무장괴한들이 버스를 세우고 이들을 끌고 갔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어떤 단체와 함께 움직였는지, 왜 칸다하르로 가려 했는지 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경찰 총수인 알리 샤 아마드자이는 "한국인들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이 지역에 자신들이 왔음을 아프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며 "그들은 한국에 있어야지, 전쟁으로 찢겨나간 아프간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 관리는 피랍 한국인들이 신변상 호위를 받지 않고 있었으며 탈레반의 공격이 잦은 카불~칸다하르 간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할 것이라는 계획도 경찰에 통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즈니주의 지역 경찰 차석 책임자 모하마드 자만은 20일 납치된 한국인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백 명의 경찰을 투입해 인근 마을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피랍된 한국인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며 "내일(21일)까지 한국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한국인들을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외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무장세력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피랍된 한국인 수를 21명으로 파악하고 있는 데 비해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탈레반 세력은 18명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혀 피랍자 수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의 억류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상황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합참 대책반은 탈레반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들의 안전 여부와 무장세력 동향 등을 파악해 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지원하고 있다.

납치된 경기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42) 목사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도 등은 지난 13일 현지에서의 봉사 등을 위해 아프간에 입국했으나 19일 오후부터 교회 측과 연락이 두절됐다. 기독교 계열 비정부단체인 아시아협력기구(IACD) 관계자들이 이들 한국인의 안내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피랍자는 2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랍 한국인들은 카불에 오기 전 아프간 북부도시인 마자르-에-샤리프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프간 현지에서는 현재 나토 등 동맹군이 탈레반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대항한 폭탄 테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한국인과 함께 두 명의 독일인과 5명의 아프간인을 함께 역류하고 있다고 탈레반 대변인이 밝혔다. 그들은 마이단 와르다크 주에서 건설 공사를 감독하던 중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18일 납치됐다.

정재홍.원낙연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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