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봇이야기

자동차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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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에는 다양한 변신 로봇이 등장한다. 승용차 로봇, 트럭 로봇, 헬리콥터 로봇 등. 나는 전투기가 즉각 로봇으로 변신하고 로봇이 고속도로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컴퓨터그래픽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복잡한 기계식 로봇은 재미있는 장난감 이상의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우리는 이미 안드로이드·휴머노이드,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나노바이오 로봇까지 실제로 만들고 있는 21세기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동차 로봇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굳이 로봇과 연관지어 해석하면 사람 지능으로 운전하는 원격조종 로봇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자동차 로봇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기존 방식 대신 자동차 스스로 지능을 갖고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한다. 우리는 교통 체증으로 막힐 때마다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며 운전 때문에 피곤해한다. 그런데 자동차는 이미 가구당 한 대꼴 이상인 거대 시장이다.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로봇 시대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이제까지는 ‘지능 자동차’라는 주제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프랑스는 다양한 로봇 기술 중에서 특히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센서로 운전자의 눈꺼풀을 감시하여 졸음 여부를 알아채고 경고하는 기술이라든가, 최근 독일에서 실험한 자동 주차기능 등이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거리를 재는 주행거리계와 자동차 운동 특성을 감지하는 관성 센서를 함께 사용해 차량 위치 정밀도를 20㎝ 이하로 높이는 기술도 개발하였다. 현재 많이 쓰는 GPS는 미국 인공위성 정보를 얻어다 쓰는데, 위치 정밀도가 아직 15m에 머물러 있다. 운전자들이 GPS 지도를 보고 가다가 간혹 옆길로 빠지는 경험을 하는 이유다. 2011년 이후부터는 정밀도를 10㎝까지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GPS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를 이용, 자동차 스스로 앞뒤 자동차를 인식하여 충돌을 막고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직선도로는 시속 120㎞, 커브 길은 시속 5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 기술들은 모두 자동차 로봇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프랑스 연구진은 향후 3~5년 안에 지능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로봇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는 일반 자동차를 모델로 사용해 영감을 얻기는 어렵다. 미래에는 개인 편의성이 강조되므로 대중교통보다 개인 운송이 더욱 중요해진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2005년 선보인 자동차 로봇 ‘아이-유닛’이 그럴듯한 예가 될 것이다. 1인승 자동차인데 도로에서는 경주용처럼 운전자가 누워 있는 자세로 달리고 골목이나 보도에서는 자동차 자체가 의자처럼 접혀 운전자도 앉는 자세가 되어 움직이도록 하였다. 아직 자동차 로봇 기능까지는 없고 다만 움직이는 외형으로 신개념을 전달하고 있다. 자동차 로봇의 기능은 일본의 다른 로봇인 ‘지능 휠체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반 휠체어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한 것이다. 우선 GPS와 전자지도를 장착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누르면 휠체어가 로봇처럼 스스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물론 도로가 아닌 보도로 다닌다.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여 건널목에서 멈추며 신호등을 스스로 인식한다.

 프랑스의 지능 자동차, 도요타의 자동차 로봇 외형, 그리고 지능 휠체어 기능을 합하면 미래 자동차 로봇의 움직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다. 이 큰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활동이 아직까지는 미진해 보인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