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수순 밟을듯/북한 최고인민회의 7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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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방위원장… 인민위 부주석 취임가능성/「핵」 후속조치·새대남정책 등 나올수도
북한은 오는 7일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회의를 갖는다. 작년 12월의 4차회의에 이어 5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준전시상태 선포 및 해제,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핵문제 안보리회부 등 일련의 국내외 비상조치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5차회의는 관례대로 예결산을 심의하고,정무원 등의 일부인사를 단행하는 수준의 연례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위한 조직개편 ▲NPT탈퇴 관련 후속조치 및 국면전환을 위한 새 대남정책 발표 ▲3차7개년 경제계획결산 등 굵직한 현안도 함께 다룰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권력승계와 관련해선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인하지 않겠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사실 김정일은 80년 6차 당대회때 당중앙군사위원으로 군에 첫발을 내디딘후 최근 군장악 수순을 밟아왔다.
준전시상태선포·NPT탈퇴가 김정일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우고,군영도체계를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도 국방위원장 취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겠다. 이와 관련,김정일이 2월의 사노청 8차대회에 보내는 서한에서 김정일 중심의 단결을 천명한 점은 눈여겨 봐야할듯 싶다.
때문에 이번에 김정일이 최고 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원장이 될 경우 김일성은 머잖아 7차 당대회를 소집,아들에게 당총비서까지 맡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물론 일각에선 국방위원장 취임이 노농적위대·인민경비대까지 통솔하는 상징적 의미밖에 없는 만큼 시급한 의제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조직개편에는 김정일의 중앙인민위 부주석 취임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최근의 북한 움직임과 김일성 건강,올해로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된뒤 꼭 20년인 점 등을 감안하면 「김정일시대」에 걸맞은 권력승계 포석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또 작년 12월의 대폭인사 연장선상에서 최고인민회의 산하 외교위,통일정책심의위 등 5개 자리에 대한 물갈이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자리는 그동안 국제·대남 당비서였던 김용순·윤기복이 맡아왔던 핵심포스트인만큼 누구로 바뀔지 큰 관심거리다.
다음 5차회의는 12일의 NPT탈퇴와 관련,후속조치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작년 4월의 3차 회의에서 비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도 파기하고 또다른 「자위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NPT탈퇴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성명서를 낼 확률도 많다.
이와 맞물려 성명서는 84년과 85년의 최고인민회의처럼 새 대남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김영삼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화답여부 등이 주목된다. 또한 5차 대회는 87년 4월의 최고인민회의 8기 2차회의서 닻을 올린 제3차 7개년 계획을 마무리짓고 새 경제계획을 추인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무튼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최근의 긴박한 정세와 맞닿아 있는데다 김영삼정부 출범후의 첫 공식모임이라는 점에서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자못 주목되고 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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