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뛰어라. 늦으면 죽는다!" 日자위대 여군훈련장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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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주 일본 자위대 동부방면대 여군 훈련장.

오전 6시30분 요란한 기상벨이 훈련병들의 잠을 깨운다. 내무반에 일제히 불이 켜진다.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 대원들은 일제히 좌우로 정렬한다. 부스스한 눈, 헝클어진 머리···. 전날 고된 훈련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있다.

10분간의 점호가 끝나면 곧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씻는 것보다 먹는 것이 먼저다. 여성이지만 역시 먹는 것이 우선이다. 자다 일어나서 밥이 제대로 넘어갈까 싶지만 훈련병은 늘 배가 고프다. 달게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훈련 준비가 끝나면 약 15분간 함께 모여 3분 스피치 시간을 갖는다. 훈련에 앞서 긴장을 풀기 위한 시간이다. 교관과 동료들 앞에서 주제를 정해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고 평가를 받는다. 화제도 다양하다.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고 수다를 떠는 장면도 연출된다.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여성들의 모습이 나온다.

8시 30분. 국기게양식이 끝나면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똑같은 군복, 짧게 깎은 머리. 철모를 쓰고 총을 메고 나면 덩치가 작다는 것 외에는 여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늘 각개전투 훈련이다. 대검을 꼿고 전투대형을 갖춘다. 교관의 시범과 설명이 이어진다. "엄폐물의 크기를 생각해서 몸을 숨겨라, 총을 쏘고 난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라” 훈련병들은 조교의 시범과 설명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시범이 끝나면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뛰고, 구르고, 기고···. 조교의 호통이 떨어진다. "빨리 뛰어라. 늦으면 죽는다!" 커다란 철모 아래로 땀이 흘러 내린다. 군복의 무늬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은 진흙투성이가 된다. 한 차례 훈련이 끝나면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다. 허리에 찬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인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 쉬지만 표정만은 밝다. 스스로 원해서 입대했기 때문이다.


훈련 후 수료식에서 훈련병이 부르튼 발을 만지고 있다

오후 수업은 강의다. 야외 전투훈련장에서 이뤄지는 실전훈련의 관건이 체력이라면 오후는 정신력이다. 졸음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면 오후수업을 마친다. 이때가 오후 5시30분이다.

신입대원의 연령은 대부분 23~24세. 부모에게서 독립해 한창 젊음의 낭만과 자유를 만끽하는 때다. 이들이 자위대에 입대한 동기도 다양하다. '가족 중에 자위관이있어서'라며 가족력을 얘기하는가 하면 '자위대 음악대에서 연주하고 싶어서'라는 전공지향형도 있다. '제복이 멋있어서'라는 단순한 동기도 있다. '엄격한 단체생활에 흥미를 느껴서'라는 다소 엉뚱한 입대동기도 있다. 국제화 시대에 '국내외 UN 평화유지군 활동을 하고 싶다'는 소신파도 있다.

육상자위대의 여성자위관 제도는 보안청시대의 간호부인자위관(看護婦人自衛官)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2년 간호사 자격을 가진 여성을 보안대(保安隊)의 병원과 각 부대에 배속되면서 일본 여군 자위대의 역사가 시작됐다. 1958년부터 현행 간호학생제도로 이어졌고, 1967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간호 이외의 전 영역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1968년 여성자위 관의 교육훈련제도로서 '부인자위관교육대'가 발족돼 여군으로서 선구자적인 정신을 배양해 나갔다. 이 부대가 '여성자위관교육대'로 개칭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강하게, 밝게, 아름답게'를 모토로 여성자위관이 되기 위한 리더십과 기술, 지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동부방면대 광고센터만 하더라도 매월 만 명을 넘는 견학자가 방문하고 있다. 전에는 여군의 영역이 간호, 문서, 회계, 통신 등의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남녀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여군자위대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혹독한 10주의 훈련과정을 마치면 제각기 특기를 살려 자위대의 주요한 전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일본과 같은 보수적인 국가에서 여군이 자신들의 영역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들은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사진·글=권철 사진작가

※방면대=일본 육상자위대는 지역에 따라 동부, 서부, 북부, 동북부, 중부 5개 방면대로 구성된다. 방면대는 사단급 단위로 나뉘어 져 있으며 현재 일본 육상자위대는 5개 방면대 11개 사단으로 이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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