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속인 강도 집유받고 도주/주민증 위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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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항소심서 중형 선고했으나 수감못해/수배범인데 검경 잡고도 몰라봐
검찰과 경찰이 강도피의자의 신원속임에 놀아나 폭력수배 및 강도전과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엉뚱한 시민 이름으로 구속기소하는 바람에 1심 재판에서 초범으로 처리돼 석방된 사실이 항소심과정에서 드러났다. 또 법원이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밝혀내 집행유예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했으나 이미 석방돼 잠적한 상태여서 유죄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형집행이 어렵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대환부장판사)는 1일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이용,신원과 수배·전과사실을 숨긴채 강도상해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뒤 항소심 과정에서 잠적한 박기철피고인(24·전남 나주시 금계동)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피고인은 90년 9월26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S카페에 들어가 여종업원 도모씨(23·여) 등 3명을 칼로 위협하다 도씨의 뺨을 찌르고 9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광명경찰서에 구속돼 수원지검에 송치,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모씨(26)가 분실한 주민증에 사진을 오려붙여 만든 위조 주민증으로 신원을 숨겼었다. 검찰과 경찰은 강도 등 강력범 피의자 입건과 동시에 지문을 조회,신원을 확인해야 함에도 이같은 확인과정을 게을리한채 박씨가 김씨인 것으로 속아 기소함으로써 형식적 수사를 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박씨는 88년 6월24일 특수강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을뿐 아니라 89년 1월5일자로 나주경찰서에 의해 폭력혐의로 수배를 받은 상태여서 검찰과 경찰은 수배범을 잡고도 여죄를 캐지 못한채 놓친 결과를 빚었다. 이같은 사실은 1심판결후 소송기록을 전달받은 김씨가 자신이 90년 2월 주민증을 분실한뒤 같은해 3월 재발급받은 사실을 첨부,항소심 재판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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