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더가 되려면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눈길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국 청소년 43명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유엔본부=연합뉴스]

“머리는 하늘에 두되 두 발은 땅을 굳게 딛고 있어야 합니다.”

18일 (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 3층에 자리잡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환한 미소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회의장 문을 열고 들어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한국의 꿈나무’들 앞에 섰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반 총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상은 높게 갖되 현실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덕담했다.

이들 꿈나무들은 미래의 세계 지도자를 꿈꾸며 ‘적십자 글로벌리더 프로젝트’에 참가한 국내 초·중·고·대학생들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주요 기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날 유엔을 방문한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청소년적십자(RCY)’ 회원 43명이다.

반 총장은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 세상에는 혼자서 헤쳐나가기 힘든 현실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런 이들을 도우면서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하는 일이 작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것 들을 모으면 큰 힘이 된다”며 봉사 활동을 적극 권유했다.

반 총장은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도자가 되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일일이 당부 했다. 학생들은 반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도 받았다.

반 총장과 이들이 만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이들 학생들은 이날 국제 외교의 현장인 유엔을 견학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반 총장은 19일부터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중동평화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을 서둘러야 하는데도 일정을 미루고 학생들을 만난 것이다. 그는 고교생이던 1962년, 워싱턴서 열린 ‘청소년 적십자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것이 원대한 꿈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었다.

유엔사무국도 총장의 모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했다. 일반 관람객들은 회의장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번에 방문한 학생들에 한해 특별히 회의장 탁자에 앉는 것을 허용했다.

학생들은 반 총장에게 자신들이 정성스레 마련해 온 선물을 전했다. 피곤할 때 드시라고 사탕을 가져온 어린 학생도 있었다. 반 총장 고향인 충북 출신 학생들이 함께 만든 영상편지도 전달됐다.

참석 학생들은 “반 총장을 직접 만나니 꿈이 반쯤 실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