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 질문에 "기관지 확장증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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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청문회장에 나온 이군현 의원, 이재오 최고위원, 박희태 선대위원장, 이윤성.이병석.전재희 의원(왼쪽부터)이 이 후보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오늘 청문회를 기다려 왔다."

19일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장에 들어가면서 이명박 경선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한 달여 검증 국면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쏟아진 의혹을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1대 15의 기세 싸움은 팽팽했다. 검증위원들은 신문 스크랩 등 시각물까지 동원해 이 후보를 몰아붙였다. 박근혜 후보보다 50분 많은 260분간 이어졌다. 이 후보의 얼굴은 시작할 때 웃었지만 곧 굳어졌고, 이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인명진 위원은 "오전에 (박근혜 후보를) 살살 다뤘다는 평가가 있어 좀 세게 다루겠다"고 이후 분위기를 예고했다. 인 위원은 이 후보가 군에 가지 않은 것이 병역 회피는 아니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두 차례나 자원 입대했지만 군에 못 갔을 때 어머니가 슬퍼하셨다"는 말로 일축했다. 이 질문에 답할 때 이 후보는 연달아 밭은 기침을 했다. 그의 병역 면제 사유는 기관지 확장증이지만 이 후보는 "기적적으로 완쾌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주교 위원이 충북 옥천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 후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그런 일 없었다" "불가능하다" 등 단호한 표현을 잇따라 사용했다.

이 후보의 반격에 검증위원들도 가끔 흥분했다. 특히 김봉헌 위원은 이 후보 땅의 차명 은닉 의혹에 대해 묻다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후보 땅이 발견되면 어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불쾌하다는 듯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나를)수사하는 게 아니다. 검찰은 (내 처남)김재정씨가 고발한 명예훼손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정을 요구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남의 땅 한 평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해명했던 의혹이 계속 거론되자 이 후보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강훈 위원이 ㈜다스의 투기 개발 의혹에 대해 묻자 "내가 당하는 네거티브들이 근거가 있는 게 아니다"며 "'아마 그럴 것'이란 식의 의혹에 너무 오래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학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고려대 출신들의 범죄는 모두 이명박과 관련돼 있는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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